[정정욱 기자의 머니게임] 서점이야? 커피숍이야?…은행의 변신은 무죄!

스포츠동아

입력 2018-08-21 05:45 수정 2018-08-2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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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 광화문역 지점 컬처뱅크 2호점(위쪽)과 네이버 판교 사옥 내 신한은행 무인화 점포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 모바일뱅킹을 활용한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은행 점포가 특화점포 및 무인점포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정정욱 기자·신한은행

■ 오프라인 은행점포는 진화 중

시중은행, 전시·서점 등 컬처뱅크 특화
커피숍·베이커리와 손잡고 고객 서비스
똑똑해진 무인점포, 계좌개설까지 뚝딱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1번 출구 인근의 KEB하나은행 광화문역 지점 컬처뱅크 2호점.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베스트셀러 순위표가 눈길을 끈다. 벽면 책장과 중앙 테이블에는 신간을 비롯한 많은 책들이 놓여 있다. 곳곳에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의자도 넉넉히 있어 은행이라기보다 서점에 가까운 모습이다. 한쪽에는 작은 카페 부스도 있어 음료도 즐길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을 찾은 고객들의 모습은 다른 은행 점포와 사뭇 다르다. 대기번호표를 들고 무료하게 앉아 차례를 기다리기 보다는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며 ‘기다림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더구나 요즘 폭염에 은행 점포를 무더위 쉼터로 개방하다 보니 그저 더위를 피하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계속 이어졌다.

KEB하나은행의 광화문 컬쳐뱅크에서 보듯 은행 점포들의 변신은 이제 호기심을 끄는 화제성 이벤트가 아닌 미래 생존을 위한 당연한 수순이 되었다. PC와 모바일뱅킹을 활용한 비대면 채널의 급성장에 맞서 문화 및 식음료와 협업한 소비자친화적인 특화점포를 추구하거나, 아니면 파격적인 무인점포 구성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높이는 등 생존을 위한 변화의 움직임이 숨가쁘다.


● 오후 4시 이후에도 문 닫지 않는 특화점포

시중 은행 중 특화점포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현재 서울 서래마을점, 광화문역점, 잠실점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킨 컬처뱅크로 운영 중이다. 서래마을점에서는 점포 내에서 공예품을 전시·판매하고, 위에서 소개한 광화문역점은 힐링서점 콘셉트로 꾸몄다. 7월 오픈한 잠실점에는 꽃·나무 등 식물 전시품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점포들은 은행 영업이 끝나는 오후 4시 이후에도 문을 닫지 않는 게 특징이다. 고객창구 쪽만 셔터를 내리고 나머지 공간은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우리은행의 베이커리 인 브랜치.

아예 점포의 절반을 식음료 매장에 제공한 ‘한 지붕 두 가족’ 시스템도 눈에 띈다. 우리은행은 매일유업의 커피전문점 브랜드 폴 바셋과 손잡고 서울 동부이촌동 지점에 카페 인 브랜치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 매장과 결합한 베이커리 인 브랜치를 운영하고 있다. NH농협은행도 서울 역삼금융센터에 커피숍 디 초콜릿 커피 앤드와 접목한 카페 인 브랜치를 운영 중이다. 점포 방문객이 줄면서 여유가 생긴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이런 매장을 통해 고객을 늘이는 선순환의 1석2조 전략이다.

● 기존 점포 빈자리 채우는 똑똑한 무인점포


경비 감축 차원에서 기존 점포를 폐쇄하거나 일반 점포를 신설하기 어려운 곳을 중심으로는 무인점포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적극적인 곳은 신한은행으로 7월 말 서울 중구 남산타운 아파트 상가동에 첫 무인점포를 열었다. 이어 3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판교 사옥에 무인점포를 개점했다. 이들 무인점포는 디지털 키오스크와 자동화기기(ATM)를 배치한 초소형 점포다. 디지털 키오스크에서 계좌 개설, 체크카드 발급, 인터넷뱅킹 가입 등 은행업무를 처리하고 자동화기기에서 현금을 입·출금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는 젊은 고객층이 몰리는 서울 노들역, 고려대 지점에 무인점포인 위비 스마트 브랜치를 운영 중이다. KB국민은행은 무인점포 수준의 업무 처리 능력을 갖춘 스마트 텔러 머신(STM)을 강남역, 가산디지털종합금융센터 등에서 운영 중이다. 기존 자동화기기(ATM)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지능형 자동화기기다. 신분증 스캔, 손바닥 정맥 바이오인증, 화상상담 등을 통해 은행 창구에서 가능한 업무를 고객이 직접 처리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에도 오프라인 채널은 사라지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며 “오프라인 은행 점포의 진화에 금융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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