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한글 해부학 교과서 속의 몸 이야기

유원모 기자

입력 2018-07-20 03:00 수정 2018-07-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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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의학의 세계 집중 해부, ‘…몸이로소이다’전 10월 14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에서 처음 공개되는 국내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 ‘제중원-해부학’ 초간본(1906년).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구학문으로 말하면 오장육부에 정신보가 빠졌다 할 만하고 신학문으로 말하면 뇌에 피가 말라 신경이 희미하다 할 만한….”

이해조(1869∼1927)의 소설 ‘빈상설(빈上雪·1908년)’에는 간교한 첩에게 홀린 주인공 정길의 상태를 이같이 표현했다.

서양 의학을 본격적으로 수용하던 개화기 당시의 인식이 문학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다.

개화기 사람들이 서양의학을 수용해 가는 모습을 조명한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의 기획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개화기 한글 해부학 이야기’. 이번 전시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인 ‘제중원―해부학’(1906년) 3권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을 비롯해 213점의 유물이 한꺼번에 출품됐다.

전시는 3부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1부 ‘몸의 시대를 열다’에선 몸에 대한 우리나라 전통적 가치관과 근대 서양의학의 관점 차이를 비교한다. 해부학이 수용되기 전 조선에서 사인(死因) 분석에 활용했던 검시(檢屍) 제도 등이 자세히 소개된다. 1902년 강릉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내용을 담은 ‘이운지 이경화 시신 검시 문안’ 원본 문서 등을 볼 수 있다. 2부 ‘몸을 정의하다’는 몸을 가리키는 우리말의 변화상을 살펴본다. 마음과 생각이 심장에 있다고 여긴 전통의학과 달리 서양의학이 수용되면서 뇌, 신경 등이 강조된 표현을 각종 서적과 사진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시의 백미는 3부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 일본의 ‘실용해부학’ 서적을 1906년 제중원 의사였던 김필순(1880∼1922)이 번역하고, 교수였던 애비슨(1860∼1956)이 교열해 완성시킨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인 ‘제중원―해부학’ 3권의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

10월 14일까지. 무료.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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