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형권]근로장려금, 일하는 복지의 기본틀 만든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입력 2018-07-20 03:00 수정 2018-07-20 03:00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제가 월 2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10평짜리 원룸 월세 내고, 3인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데도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이 안 되나요?”최근 기획재정부에 접수된 민원이다. 나이 제한 때문에 근로장려금을 못 받는 소년소녀 가장의 사연, 현행 근로장려금 지급액으로는 생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연 등 하나같이 절절했다.
양극화 완화는 시대적 과제이다. 하지만 현실은 소득 하위 20% 근로자의 근로소득이 크게 감소하면서 5분위 배수가 2003년 이후 최악인 수준으로 악화됐다.
근로장려금(EITC·Earned Income Tax Credit)은 근로빈곤층의 소득을 보전하고, 근로를 할수록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 근로를 유인하는 제도이다. 미국에서 1975년 처음 도입된 이후 영국, 캐나다 등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일하는 복지’의 일환으로 근로장려금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2017년 기준 166만 가구를 대상으로 1조2000억 원을 지급함으로써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지급액도 작은 편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에 근로장려금 제도를 대폭 개편했다. 개편 방향은 더 많은 가구가, 더 큰 혜택을, 더 빠르게 받도록 하는 것이다.
먼저 근로장려금 지원 단가를 크게 높였다. 근로장려금 최대지급액을 단독가구의 경우 85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홑벌이가구의 경우 200만 원에서 260만 원으로, 맞벌이가구의 경우 25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확대했다. 특히 독신인 청년 근로빈곤층 및 노인가구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단독가구의 최대지급액은 75% 인상했다.
이어 많은 근로자가 근로장려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급 기준을 대폭 완화해 대상자 범위를 확대했다. 기존 근로장려금 제도는 30세 미만 단독가구는 적용 대상에서 배제했지만 이번에 연령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소득요건도 단독가구의 경우 연 소득이 1300만 원 미만이어야 하는 종전 기준을 2000만 원 미만으로 바꾸는 등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또한 재산기준은 당초 가구당 1억4000만 원 미만에서 가구당 2억 원 미만으로 완화했다.
마지막으로 근로장려금이 신속히 지급될 수 있도록 지급주기를 개편해 당초 다음 해 9월에 한 번 지급하던 방식에서 당해 연도에 반기별로 2번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번 근로장려금 개편을 통해 근로빈곤층의 생계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고, 근로 의지를 갖고 자립해 생활할 수 있는 국민이 한 분이라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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