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안오른다고 환매 일쑤… 참는 자가 돈번다

윤영호 기자

입력 2018-04-21 03:00 수정 2018-04-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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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 뒤집어보기]패시브펀드

패시브(passive)펀드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2014년부터 2년간 패시브펀드인 미래에셋퇴직플랜KRX100인덱스안정형40펀드에 투자했다가 별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기자는 연환산 수익률이 2.59% 수준에 머물자 이를 환매하고 다른 펀드로 갈아탔다.

환매 이유는 무엇보다 당시 코스피가 1900∼2000 수준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 KRX100인덱스펀드는 코스피가 올라야 성과가 좋아지는 펀드인데 코스피가 박스권을 탈출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참지 못하고 환매해버린 것. 그러나 2016년 말부터 코스피가 꾸준히 상승한 것을 보고 뒤늦게 당시의 성급한 결정을 후회하기도 했다.

펀드는 운용 방식에 따라 액티브(active)펀드와 패시브펀드로 나뉜다. 액티브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펀드를 운용해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성과를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패시브펀드는 코스피200 같은 시장 대표지수를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펀드다. 인덱스펀드와 이를 주식시장에 상장해놓은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이다.

재무학에서는 패시브펀드가 더 나은 투자 성과를 보인다고 강조한다. 장기간 계속해서 좋은 투자 성과를 올리는 펀드매니저가 극히 드문 데다 액티브펀드의 경우 비용이 수익률을 갉아먹기 때문에 패시브펀드를 이길 수 없다는 것. 적은 투자원금으로 광범위한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는 것도 패시브펀드의 장점이다.

독립적인 투자 리서치 회사 모닝스타코리아가 순자산총액(투자 원금+투자 수익) 10억 원 이상의 국내 주식형 액티브펀드와 패시브펀드의 성과를 비교한 결과도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최근 10년간 누적수익률에서는 패시브펀드가 액티브펀드를 평균 5.65%포인트 앞섰다(표 참조). 장기로 갈수록 패시브펀드가 유리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내 펀드 시장에서도 패시브펀드 규모는 액티브펀드를 넘어섰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월 10일 현재 국내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총액은 64조5337억 원. 이 가운데 액티브펀드의 순자산은 30조4804억 원, 패시브펀드는 34조533억 원이다. 패시브펀드 중에서도 주식형ETF는 28조3194억 원이고, 나머지는 인덱스형이다.

KRX100인덱스펀드에 투자한 것은 당시에도 전문가들로부터 패시브펀드의 장점에 대해 익히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패시브펀드 투자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당시 KRX100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에 신경 쓰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 결국 2년 만에 다른 펀드로 갈아타고 말았다.

자본시장연구원 권민경 연구위원은 “국내의 다른 투자자도 비슷한 투자 행태를 보인다”면서 “패시브펀드 중에서도 특히 ETF는 매매하기 쉬운 데다 거래 비용이 거의 없는 탓인지 단기 투자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패시브펀드는 장기 투자를 해야 그 장점이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가장 좋은 주식 투자 방법은 ETF 같은 패시브펀드에 매월 일정액을 장기간 불입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물론 기자도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체험했다. 설사 ETF에 투자하겠다고 결정해도 4월 10일 현재 국내에 상장된 ETF가 모두 353종목이나 돼 이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난감한 문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 윤주영 상무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장기 투자의 경우 ETF가 펀드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전체 투자 자산의 100%를 ETF로 채우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상무도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ETF보다 초과 수익을 얻으려는 인간의 본능을 고려하면 투자 자산의 60∼70%를 ETF로, 나머지는 액티브펀드로 가져가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ETF 중에서는 코스피200이나 KRX300 같은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평생 투자하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기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현재 100% 액티브펀드로 채워져 있다. 윤 상무의 조언에 따라 우선 당장은 패시브펀드 비중을 현재의 0%에서 20∼30%로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그런 다음 정말 느긋하게 기다려볼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자신은 없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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