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었더니, 일자리 매듭이 풀렸다

이은택 기자 , 박은서 기자

입력 2018-04-09 03:00 수정 2018-04-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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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硏 5개 업종 고용 분석
화장품업 허가제→등록제 완화… 업체수 5배, 일자리 2배로 늘어
“재정 부담 주지않는 최선의 정책”


한국 화장품 산업의 급성장은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2000년만 해도 220개 기업에 1만22명이 근무했지만 2016년에는 기업이 1202개로 5배 이상으로 늘었고, 종사자는 2만2792명으로 갑절 이상으로 늘었다.

폭발적인 성장의 원동력은 규제 완화였다. 지금은 수많은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화장품도 원래 약사법 규제를 받는 까다로운 산업이었다. 그러다 1999년 화장품법이 처음 제정돼 의약품과 화장품을 분리하면서 별도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이어 2000년부터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었고, 2012년에는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규제 문턱이 더욱 낮아졌다. 이 기간 미샤 등 중소형 화장품 회사가 대거 생겨나거나 성장했다. 때마침 불기 시작한 ‘뷰티 한류’ 열풍 속에 한국 화장품은 다양한 층위의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8일 한국경제연구원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화물자동차운송업 △화장품제조업 △항공운송업 △피부·네일(손톱) 미용 △맥주제조업 등 5개 업종에서의 규제 완화가 민간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는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이 업종들에서는 규제가 사라진 뒤 일자리가 적게는 20%, 많게는 13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화물자동차운송업은 1998년 사업 면허제를 등록제로 완화한 규제개혁 사례다. 1997년 이 산업 종사자는 9만4000여 명이었지만 규제가 낮아진 뒤 2003년에는 17만9000여 명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제주항공,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도 규제개혁의 산물이다. 2009년 항공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신규 항공사의 국제선 취항이 쉬워졌다. 2005년만 해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이던 한국의 항공업계는 지난해 8개 항공사 간 ‘다자 경쟁’ 체제로 바뀌었다. 같은 기간 항공업계 종사자도 2만2059명에서 3만5177명으로 늘었다.

수제 맥주는 2002년 영업장 맥주 제조를 허용하고 2014년 수제 맥주의 외부 유통까지 허용하면서 일자리가 늘었다. 피부·네일 미용 산업은 시장 수요에 맞춰 사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세분했다. 결과적으로 피부·네일 미용에 필요 없는 자격증은 취득하지 않아도 되는 효과를 낳으면서 일자리를 늘렸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규제 완화야말로 국가 재정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 최선의 일자리 정책임이 입증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택 nabi@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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