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봉투에 비닐-스티로폼 버리면 불법… 과태료 대상

권기범 기자 , 조응형 기자 , 조유라 기자

입력 2018-04-02 03:00:00 수정 2018-07-01 00:01:52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싸이월드
  • 구글
[재활용 쓰레기 대란 조짐]수도권 아파트 수거 중단 대혼란

“페트병도 내놓지 말라니, 생수도 사먹지 말라는 건가요.”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 주민 이모 씨(40)는 1일 쓰레기 수거장에 붙은 공고문을 보며 탄식했다. 공고문은 ‘재활용 폐기물 가격 급락으로 수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플라스틱 쓰레기를 집에 보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날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 횟수를 주 1회에서 3주에 1회로 줄이겠다고 공지했다. 이 씨는 “집이 쓰레기장으로 돌변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페트병이 가득 담긴 봉지를 양손에 들고 온 다른 주민은 “페트병을 조금씩 들고 나가 공공장소에서 버려야 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 비닐, 종량제봉투에 넣으면 과태료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에서 재활용 폐기물 수거 업체들이 “비용 부담이 크다”며 이날부터 비닐과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의 수거를 거부하자 주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특히 일부 아파트에서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라”고 잘못 안내하면서 혼란과 불만이 가중됐다.

주민들은 쓰레기 처리 비용이 늘게 생겼다며 울상이다. 이경미 씨(56·여)는 “비닐은 그나마 부피가 작지만 스티로폼을 버리려면 100L 종량제 봉투로도 부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활용 폐기물을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면 법 위반이다. 적발되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과태료 10만∼30만 원을 내야 한다. 환경부도 “일부 업체가 착오로 잘못된 안내를 한 것”이라며 이를 바로잡아 달라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했다. 비닐 등을 소각하거나 매립하면 환경오염 우려도 크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소각장 환경오염 방지 설비에 무리가 오고 오랫동안 썩지 않아 사후 토지 이용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주로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반 주택은 지자체가 수거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고 비닐이나 스티로폼 처리 비용을 보전해주거나, 자체 재활용품 선별장을 운영하고 있다.


○ 수거 거부 첫날 아파트마다 ‘혼란’

재활용 쓰레기 수거 거부가 현실화되자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A아파트. 30대 여성이 재활용품 수거장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닐을 담던 자루가 없었다. 한참을 서성대다가 쓰레기를 손에 든 채 집으로 돌아갔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26일부터 비닐과 스티로폼 쓰레기 배출을 금지했다. 안내문을 단지 곳곳에 붙였지만 헛걸음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난달 31일에는 경비원들이 다른 재활용품 속에 들어간 비닐을 골라내느라 오전 11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분리수거함을 뒤졌다.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B아파트 주차장 입구에는 하얀색 스티로폼이 어른 허리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며칠 전부터 수거업체가 스티로폼과 비닐, 일부 질 나쁜 폐지는 가져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주민 대표는 “업체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니 어디에 항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일부 업체는 재활용품 수거를 해주되 웃돈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재활용 수거 업자 김모 씨는 동대문구 C아파트에 “재활용품을 이전처럼 수거해 줄 테니 한 달에 6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동안은 김 씨가 아파트에 4만 원을 건넸는데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김 씨는 “한 번 걷어 가는 비용만 5만 원이 든다.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들도 갑자기 늘어난 업무에 불만을 토로했다. 1일 서울 성북구 종암동 D아파트 재활용품 수거장에는 ‘비닐류와 스티로폼의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스티로폼 박스가 수북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은 “주민들은 몰래 내다놓고, 수거업체는 나 몰라라 하니 분통이 터진다. 이젠 자포자기했다”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조응형·조유라 기자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