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너를 위해 준비했어” 게임 기획부터 해외유저 맞춤형 개발

김성규기자

입력 2018-03-23 03:00 수정 2018-03-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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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의 현지화 전략
일본서 성공한 넷마블 ‘세븐나이츠’
중국서 온 넥슨 ‘천애명월도’


현지화가 게임업계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글로벌화에 맞춰 나라별 이용자에 맞춘 현지화를 통해 이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지화가 가장 잘된 국내 게임으로는 세븐나이츠, 서머너즈 워, 천애명월도 등이 꼽힌다. 넷마블은 2016년 2월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세븐나이츠를 일본에 출시했다.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지 700여 일 만이다.

넷마블 '세븐나이츠'
넷마블은 그 기간 동안 ‘세븐나이츠’를 일본 시장에 맞춰 재개발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당시 국내 게임이 해외 진출할 때는 언어를 번역하고, 시스템만 약간 수정하는 수준이었지만, 세븐나이츠는 기획 단계부터 철저하게 다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RPG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성장 구조, 진화 구조 등 시스템 전반을 개편했다. 가령 기존 세븐나이츠는 던전(게임에서 몬스터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소굴)에서 캐릭터 레벨을 높이고, 강화를 통해 수치를 올린 뒤 진화해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방식이었다. 일본 세븐나이츠는 강화는 없이, 보유한 다른 캐릭터를 레벨업에 활용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던전에서 얻는 경험치 양도 줄었다. 이는 일본 모바일 RPG에서 대중적인 방식이다.

캐릭터를 중시하는 현지 성향에 맞춰 주요 캐릭터들은 게임 플레이 도중 캐릭터의 동작을 강조하는 컷인(cut-in)방식의 연출을 추가했다. 또 ‘나루토’ ‘블리치’ 등에 일본 유명 성우들을 기용했다. 출시 이후에는 ‘7개의 대죄’ ‘블리치’ ‘스트리트파이터V’ 등 현지 인기 애니메이션 및 게임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세븐나이츠는 일본 출시 열흘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고, 지난해 11월에는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또 이 게임은 2016년 6월 국내 게임업체 자체 서비스 최초로 애플 앱스토어 3위를 한데 이어 지난해 1월에도 애플 앱스토어 3위를 차지하는 등 일본에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
이런 경험은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을 일본에 선보일 때도 현지화 작업의 바탕이 됐다. 일본 최고 성우들을 기용한 것은 물론 모바일 MMORPG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 이용자들을 위해 게임 가이드를 제공했다. 희귀 아이템을 획득하면 돌 기둥이 파란색에서 보라색으로 바뀌는 식으로 아이템 획득 시에도 독특하고 화려한 연출을 선호하는 일본 모바일 게임 트렌드를 반영했다. 온라인상에서 자신을 드러내길 꺼리는 일본 이용자들을 위해 보이스톡에서는 음성 변조할 수 있는 기능도 넣었다.

북미,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레볼루션에는 캐릭터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인 남성 종족(캐릭터) 휴먼은 아시아 버전에서는 아름다운 청년 콘셉트지만 글로벌 버전에서는 턱수염을 가진 중년 남성으로 등장한다. 체격 역시 남성미를 부각하기 위해 커졌다. 모바일 MMORPG가 친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가상 컨트롤 패드는 화면 절반 크기로 확대해 조작이 쉽도록 했고 게임 난이도도 조정했다.

레볼루션은 일본에서 출시 18시간 만에 현지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 1위에 올랐으며, 북미, 유럽 등에서도 출시 일주일 만에 주요 앱스토어 매출 상위권에 진입한 바 있다.

컴투스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의 모바일 e-스포츠 대회인 ‘2017 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SWC)’ 결승전이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시어터에서 열렸다. 석 달간 세계 9개 도시에서 지역별 대회를 통해 선발된 선수 16명이 모여 치른 이 대회를 통해 서머너즈 워는 세계 e-스포츠 리그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내 최초 단일 모바일 게임 누적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고 세계 1억 다운로드 고지를 눈앞에 둔 컴투스의 RPG ‘서머너즈 워’도 현지화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2014년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서머너즈 워’는 지금까지 66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19개국 구글플레이에서 모두 게임 매출 1위에 올랐을 정도로 동서양에서 고루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흥행 배경으로는 제작 초기 단계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해 게임을 기획하고, 언어 지원 및 시스템 최적화에 심혈을 기울인 것이 꼽힌다. 여러 해 동안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세계 유저 네트워크와 통합 데이터 관리 및 국가별 환경 분석, 글로벌 프로모션 등이 그 바탕이 됐다.

미국·일본·중국·대만·동남아·유럽 법인 등을 통해 지역 유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각 지역 상황에 맞는 마케팅·프로모션 등을 진행해 보다 효과적인 운영을 펼쳐왔다. 이와 같은 현지 유저와의 소통을 통해 컴투스는 지난해 세계 9개 주요 도시에서 펼친 ‘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SWC)’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넥슨 \'천애명월도\'
넥슨이 서비스하는 ‘천애명월도’는 역으로 외국 게임을 한국에 맞춘 경우다. 이 게임은 중국 텐센트 산하 오로라 스튜디오에서 개발했다. 넥슨은 ‘천애명월도’ 론칭을 위한 특별팀을 마련하고 70명의 인력을 투입해 국내 유저들의 게임 진입 장벽을 허물기 위한 현지화 작업을 진행했다.

텍스트, 아이콘, 음성 등 여러 가지 요소에서 국내 맞춤형 ‘로컬라이징’을 진행했으며, 특히 무협지 느낌을 살리면서도 MMORPG를 해본 유저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게 무협 스토리, 용어 번역에 공을 들였다. 억대의 비용을 투입해 정재헌, 최덕희 등을 포함한 유명 성우 20여 명을 섭외해 한국어 음성 녹음을 진행했다. 마일리지 시스템을 삭제하는 등 유료화 정책도 국내 시장에 맞게 바꿨다. 이 게임은 이달 15일 진영전 업데이트 다음 날인 16일에는 PC방 점유율 8위(게임트릭스 기준)에 오르기도 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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