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들송… 체코 맥주… 평창-강릉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박은서 기자 , 조성하 기자

입력 2018-02-15 03:00 수정 2018-02-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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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가볼만한 각국 올림픽하우스

반환점을 눈앞에 둔 평창 겨울올림픽은 나흘간의 설 연휴에도 뜨거운 열기를 뿜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절을 맞아 평창과 강릉을 찾는 방문객과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현장을 찾는다면 물론 경기 직접 관람이 우선이겠지만 그럴 기회가 없더라도 올림픽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명소는 많다. 바로 국가별로 평창과 강릉 곳곳에 마련한 ‘올림픽 하우스’다. 이곳에서는 올림픽 출전 주요 국가의 풍물과 먹거리를 즐기며 세계 유명 스타를 만나는 행운도 잡을 수 있다. 평창 올림픽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는 올림픽 하우스를 소개한다.


○ 평창에서 만나는 알프스

평창 오스트리아 하우스에서 14일 ‘스노 발리볼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다. 평창=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평창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올림픽 스타디움 인근을 벗어나 용평리조트로 가는 길. 리조트 입구에서 알펜시아리조트로 가는 갈림길에는 특이한 건물 한 채가 서 있다. 건물 정면 외벽은 하얀 알프스산경 사진으로 장식됐고 그 앞엔 스키어를 수송하는 곤돌라의 캐빈 한 대가 전시 중이다. 오스트리아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알프스산경의 사진 앞에 세워둔 ‘AUSTRIA’라는 대형 조형물이 그걸 말해 준다. 오스트리아올림픽위원회가 설치한 ‘오스트리아 하우스 2018’이다.

그 안에는 티롤지방(알프스산악) 전통호텔의 샤를레(Charlet·알프스산악의 전통 목조 건물)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식당에선 오스트리아인 셰프가 마운틴치즈를 녹여 만든 케세주페(치즈수프)와 샐러드가 제공됐는데 그걸 서빙한 이도 오스트리아인 웨이트리스다. 와인과 맥주는 물론이고 생수까지 모두 오스트리아 브랜드였다. 10일 저녁 2층 연회장에서 진행된 디너파티도 마찬가지. 밴드와 요들송 가수 역시 모두 오스트리아에서 온 현지인이었다.

이 안은 영락없는 오스트리아. 그것도 현지와 똑같았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손님 대다수가 한국인이란 점이다. 한국에서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모든 걸 오스트리아에서 공수해왔기 때문이다. 목조 실내의 나무(기둥 판재)는 물론 나사 하나까지도. 지은 이도 현지서 날아온 목수와 건축 팀이다.

디저트 후 즐기는 슈납스(과일원료 증류주)까지 들며 오스트리아 밴드 연주로 요들송을 듣다 보니 여기가 한국이란 사실은 이내 잊혀질 정도였다. 입장료는 400유로(약 53만5000원).

나무 의자인 ‘선탠체어’에 누워 올림픽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테라스를 꾸민 평창 스위스 하우스.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는 또 다른 국가 스위스 하우스도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위치는 용평리조트 네이션스 빌리지다. 스위스 국기가 꽂힌 오두막에서 치즈 냄새가 가득 풍겨오자 진짜로 스위스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스위스 하우스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융프라우요흐(알프스산맥의 베르너고원)의 융프라우철도가 주도해 조성했다. 이 회사는 철도역으로는 유럽에서 가장 고지의 ‘톱 오브 유럽’(해발 3454m 융프라우요흐에 위치)과 거길 오르내리는 산악철도 및 리프트시스템(총 8개 노선)을 운영한다. 우르스 케슬러 융프라우철도 대표도 올림픽 개막에 맞춰 이곳을 찾았다.

스위스 하우스는 본관과 부속 건물, 가판점 형태의 미니 샤를레로 둘러싸인 야외 테라스로 이뤄졌다. 역시 목조 건축인데 모두 현지에서 공수해온 자재로 지었다. 방송사 ‘SRF’ 스튜디오와 함께 드러누울 수 있는 나무 의자인 ‘선탠체어’가 테라스에 놓여 있다. SRF가 송출하는 경기 장면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누운 채로 볼 수 있다. 상점에선 시계 가방 캔디 등을 파는데 모두 스위스 브랜드다.

이곳에선 스위스를 대표하는 가수들의 공연도 볼 수 있다. 대회가 막을 내리는 25일까지 베로니카 피사로, 팻 버그너&밴드, 바바 슈림프 등 스위스 대표 뮤지션의 라이브 무대가 펼쳐진다. 니콜라스 비도 스위스 국가홍보국 대사는 “올림픽 관람객들이 이곳에서 ‘작은 스위스’를 마음껏 체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 각국 대표 맥주 마시며 즐기는 올림픽 응원

오후 10시가 넘어가면 밴드 공연, 디제잉 등으로 클럽 분위기가 물씬 나는 ‘홀란드 하이네켄 하우스’.
빙상 종목이 열리는 강릉에서도 여러 곳의 국가별 하우스를 찾을 수 있다. 빙상 종목에서 ‘넘사벽’의 강세를 보이는 네덜란드는 강릉 경포해변 인근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 안에 국가관을 차렸다. 이름은 ‘홀란드 하이네켄 하우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맥주 회사인 하이네켄과 네덜란드올림픽위원회가 함께 운영한다. 약 100명의 네덜란드인이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13일 저녁 찾은 이곳은 마치 클럽을 연상케 했다.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주황색과 하이네켄의 대표적인 컬러인 초록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내부 디자인이 독특했다. 오후 10시면 밴드 공연, 클럽 디제잉 등과 함께 파티가 펼쳐진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이레인 뷔스트(32·네덜란드)는 12일 경기 직후 이곳을 찾아 화끈한 뒤풀이 자리도 가졌다.

나름의 ‘드레스 코드’도 있다. 주황색과 초록색 옷으로 멋을 낸 사람이 많았던 것. 이곳에서 만난 네덜란드인 헨드릭 글레럼 씨는 “경기를 마친 선수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네덜란드만의 공간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이곳에선 생소한 네덜란드 요리도 맛볼 수 있다. 네덜란드식 파전이라 부르는 ‘비테르발런’의 가격은 8000원이다. 재밌는 것은 이곳에서 비빔밥도 팔고 있는데 네덜란드 셰프들이 만든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선수와 관계자들이 고향의 맛을 찾고 있어 이들의 입맛에 맞도록 변형했다고 한다.

설 연휴를 맞아 이벤트도 열린다. 18일 오전 10시부터 정해진 시간 내로 요리 경연을 하는 ‘마스터셰프 스타일’의 대회가 열린다. 올림픽 기간에 또 하나의 요리 올림픽이 개최되는 셈이다. 다만 홀란드 하이네켄 하우스에 들어가려면 입장료가 필요하다. 가격은 12.5유로(약 1만6500원).

이곳 옆에는 네덜란드올림픽위원회 공식 후원사인 휠라도 ‘글로벌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4번째로 글로벌 라운지를 마련한 휠라는 경기 관람 시스템, 무료 케이터링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어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호랑’, ‘반다비’와 함께 체코하우스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강릉 선수촌 바로 앞에 ‘체코 나라’라는 한글이 적힌 체코 하우스도 올림픽 개막에 맞춰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쿵쿵거리는 음악 덕에 펍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곳에서는 체코 대표 맥주인 ‘필스너 우르켈’, ‘코젤’과 함께 체코식 스튜인 ‘쇠고기 굴라시’ 등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음식을 맛보면서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도 마련됐다.

국내 방송 출연을 통해 유명해진 불가리아 출신 미카엘 셰프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체코 선수단 담당 셰프가 된 그는 올림픽 폐막 때까지 이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수제 소시지 등을 직접 조리한다.

체코 하우스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가상현실(VR) 체험 시설이다. 썰매에 앉아 VR 기기를 끼면 진짜로 썰매를 탄 듯한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된다. 체코 하우스에서는 체코슬로바키아 독립 10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로 여기저기에서 숫자 ‘100’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것이 VR에도 적용됐다. VR를 통해 체코공화국의 100년 역사, 필스너 맥주의 제조 과정 등을 실감 나게 경험할 수 있다.

캐나다 선수들이 캐나다의 음식과 기념품 등을 파는 ‘캐나다 올림픽 하우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캐나다 올림픽 하우스’는 강릉 올림픽파크 남문 인근 실내게이트볼장을 임시로 빌려 문을 열었다. 캐나다풍으로 구성된 건물 안에서는 캐나다만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가장 큰 공간인 ‘셀러브레이션 라운지’에는 계단식 좌석, 스탠딩 식탁 등이 설치됐다. 앞쪽 대형 스크린에서는 캐나다 방송사 CBC가 제공하는 경기 중계방송이 나온다.

캐나다 하우스 입장료는 25캐나다달러(약 1만9300원). 캐나다 출전 선수와 가족, 친구들만 출입할 수 있는 사적 공간도 있는 만큼 사실상 이들을 배려하기 위한 휴식 공간 역할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캐나다 스타일’이 곳곳에 묻어난다. 감자튀김 위에 치즈, 고기와 함께 소스를 얹어 놓은 요리 ‘푸틴’은 이곳 식당의 인기 메뉴다. 푸틴은 캐나다인들이 대표 음식이라고 주저 없이 내세우는 메뉴다.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부터 캐나다 팀의 유니폼도 구매할 수 있다. 캐나다올림픽위원회에서는 올림픽 기간에 1만 명이 이곳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았음에도 이곳에 국가관을 연 나라도 있다. 남미 페루다. 페루는 겨울올림픽 등록 선수가 없어 선수단을 파견하지 못했다.

페루 홍보관 ‘카사 페루’에선 페루 커피, 슈퍼 푸드 등을 맛볼 수 있다.
페루의 국가관 ‘카사 페루’는 강릉시 교동 말나눔터 공원에 있으며 올림픽보다는 페루 관광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수확한 커피콩으로 추출한 페루 커피와 카카수요 초콜릿, 골든베리 등 페루의 슈퍼 푸드 시식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모든 국가관은 설 연휴에도 쉬지 않고 운영한다. 아쉽게도 올림픽 폐막일인 25일 일제히 문을 닫는다. 경기의 짜릿함도 즐기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경험할 수 있는 국가관을 이번 연휴 때 놓쳐서는 안 될 이유다.

강릉=박은서 clue@donga.com·이지훈 / 평창=조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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