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비상구 없음, 불나면 지옥…서울장여관 판박이 ‘쪽방 여관’
김아연 기자, 김채은 인턴
입력 2018-01-23 16:50 수정 2018-01-24 10:01
#1.
‘비상구 없음, 불나면 지옥’ 서울의 ‘쪽방 골목’
#2.
22일 서울 종로구 A여관
낡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지만 ‘비상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저곳을 헤맨 끝에야 겨우 찾은 비상구.
앞에는 폐정수기와 여행용 가방, 의자, 상자 등이 어른 키만큼 쌓여 있습니다.
#3.
동아일보 취재진이 살펴 본 서울 종로와 영등포, 용산 일대의 이른바 ‘쪽방 여관’ 15곳의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낙후된 도심에 자리 잡은 이들 여관은 대부분 1960,70년에 지어졌는데요.
사고가 난 서울장여관처럼 화재 대비에 심각할 정도로 취약한 상태였죠.
#4.
객실 12개가 있는 대학로의 한 여관은
객실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정문밖에 없었습니다.
비상구가 아예 없는 것이죠.
“3층 옥상으로 대피하면 된다” (여관 주인)
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성인 남성 1명이 지나가기에도 비좁았습니다.
#5.
소화시설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여관 15곳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2곳.
서울 중구의 한 여인숙은 소화전이 없어 소화기 10여 개를 구입해 비치해 뒀습니다.
하지만 객실 수(18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죠.
#6.
서울 용산의 한 여관 정문 앞은 전깃줄이 제멋대로 엉켜 있고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습니다.
여관 안으로 들어가자 현관 앞에 빛이 바랜 소화기가 있었는데요. 제작연도 1994년.
소화기는 제조 뒤 10년이 지나면 성능점검을 받거나 교체해야 하지만 그런 기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7.
불이 나도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렵습니다.
여관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폭이 2~3m에 불과했고 골목 중간 중간 전봇대가 설치돼 있어 소방 차량이 지나가기는 더 어려워보였습니다.
#8.
쪽방촌 건물 대부분은 수십 년 전 지어진 것이 많아 건축법이나 소방시설법(화재예방,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특히 쪽방 여관은 숙박시설이라 소방시설법 적용 대상이지만 2003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비상구를 갖춰야할 의무가 없죠.
불이 났을 경우 사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9.
경제적으로 열악한 곳이라 맹목적으로 규제만 강화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시설을 잘 관리하면서 관리자 교육을 철저히 하고, 중장기적으로 소방 관련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투 트랙’ 방안이 필요하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10.
곳곳에 자리한 ‘서울장여관’ 판박이 ‘쪽방 여관’들,
또 다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사진 출처 l 동아일보DB·채널A 뉴스·뉴시스·뉴스1·Pixabay
기획·제작 김아연 기자·김채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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