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20년 포장마차 주인도 처음…‘냉동고’ 한파 체험기

김아연 기자

입력 2018-01-14 17:57 수정 2018-01-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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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년 포장마차 주인도 처음 겪었다. ‘냉동고’ 한파 체험기

#2.
지난 한 주, 한반도는 ‘최강 한파’에 시달렸습니다.
11일 아침 서울 최저기온은 영하 13도, 12일은 영하 15도를 기록했습니다.
올겨울 가장 낮은 온도였죠.

급기야 냉동만두를 길거리에 꺼내놓고 파는 마트도 등장했습니다.

#3.
12일 오전 1시경 서울 광진구의 한 포장마차는 ‘겨울왕국’으로 변했습니다.

뜨거운 국물에서 나오는 김이 비닐막 안쪽에 그대로 얼어붙고,
천장에는 ‘수증기 고드름’도 여럿 생겼는데요.
구겨진 비닐막은 빳빳하게 얼어 펴지지도 않았습니다.

#4.
주인 안모 씨는 얼음을 털어내면서도 신기해했습니다.
“20년 동안 포장마차 했지만 이런 건 처음 봤다”(주인 안모 씨)

#5.
추운 날씨에 수도가 얼어 영업을 중단한 카페도 있습니다.

이때 서울의 기온은 영하 13.7도.
여기에 초속 3m의 바람이 더해져 체감온도는 영하 20.0도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한파가 닥친 11, 12일 중 가장 추웠던 순간이었죠.

#6.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구시장은 ‘빙판 시장’으로 변했습니다.
수조에서 흘러나온 물이 꽁꽁 얼어 바닥은 빙판으로 변했고,
양동이에 담아놓은 물에는 살얼음이 띄워져 있었습니다.

손님도 뚝 끊겼습니다.
간혹 사람들이 보였지만 간이난로에 붙어 앉아 몸을 녹이는 상인들이었죠.
“너무 추우니까 12시간 넘게 손님이 없었다. 10년간 이런 적은 처음”(상인 김모 씨(62·여))

#7.
하루라도 일을 쉬면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은 칼바람을 헤치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나모 씨(74)는 추운 날씨에도 리어카를 끌고 나왔습니다.
지하철에서 고철 신문지 플라스틱 등을 모으면 많게는 하루 1만 원가량 법니다.
“가끔 가게 주인들이 건네는 커피 한 잔이 참 고맙다”(나모 씨)

#8.
한파가 닥치면 순찰 업무를 맡은 경찰도 바빠집니다.
범죄는 줄지만 노숙인이나 술에 취한 사람들이 동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11일 오후 11시경 서울 영등포경찰서 영등포역파출소 김종윤 경장(36)은
동료 2명과 함께 야간순찰을 시작했는데요.
약 1시간 동안 영등포역과 주변 쪽방촌 일대를 순찰하자 마스크와 모자에 맺힌 입김이 금세 얼어붙었습니다.

#9,
평소 빈자리가 꽤 보였던 노숙인 쉼터는 만원이었습니다.
술을 마실 수 없어 이용을 꺼리던 노숙인들도 일찌감치 쉼터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쪽방촌에 사는 노인 중 일부는 엄두가 나지 않아 무료 배식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좁은 방 안에서 소주를 마시며 술기운으로 버티는 이들도 보였죠.

#10.
폭설에 한파까지 겹친 호남에서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오전 6시경 전북 고창군의 한 마을 앞 도로에서는
치매 환자인 최모 씨(92)가 숨진 채 발견되었는데요.

경찰은 11일 최 씨가 집을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1.
북극 찬바람이 점차 물러나며 14일 낮부터 평년 기온을 회복했습니다.
당분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유지된다고 하네요.

한파 견디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원본ㅣ조동주 기자 , 이형주 기자 , 임재영 기자
사진 출처ㅣ동아DB, Pixabay, 트위터, 뉴스1
기획·제작 | 김아연 기자·공주경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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