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김치 맛 좌우하는 소금·젓갈…원산지표시 확인하세요”

고기정 기자

입력 2017-12-15 16:41 수정 2017-12-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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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을 맞아 시장과 마트가 분주하다. 배추와 무를 이리저리 살피고 차곡차곡 재료들을 장바구니에 담는 손길에서는 정성까지 느껴진다. 김장에 앞서 신선한 재료의 선택은 필수다. 우리 가족 밥상에 1년 동안 오르내릴 중요한 반찬이기 때문이다.

여러 재료 중에서도 김장에 꼭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단골손님들이 있다. 바로 젓갈과 소금이다. 이 둘은 발효와 장기간 보관이라는 김치의 특성을 가능케 해 김치를 비로소 김치답게 만들어준다.

김장김치에는 천일염이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천일염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국내산 천일염은 천연 미네랄이 풍부하고 알칼리성에 가까운 산도(pH)를 띠고 있어 우리 몸에 가장 적합할 뿐만 아니라 염화나트륨 함량도 82.5%정도로 낮은 편이다. 반면 수입산 천일염은 산도가 4~6정도로 낮고 쓴 맛이 나며 염화나트륨 함량 또한 88~99% 정도로 국내산보다 높다.

발효과정에서도 차이가 난다. 김치에 국산 천일염을 넣으면 적당히 신 김치를 오랫동안 맛볼 수 있는데 반해 수입산 천일염은 김치가 느리게 익는 대신 한 번 익게 되면 금방 시어진다.

소금의 차이는 젓갈에서도 나타난다. 국산 천일염을 사용한 국산 젓갈은 처음엔 짜지만 뒷맛은 달고 감칠맛이 돈다. 이에 반해 제대로 된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부 수입산 젓갈은 질 낮은 소금을 넣어 쓴 맛과 텁텁한 맛이 난다. 게다가 젓갈은 수산물을 주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재료의 상태와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의 관리에 따라 품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소금과 젓갈의 원산지 구분이 힘들다는 점이다. 국산과 수입산 젓갈은 맛은 조금 다르지만 외관에선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색소가 첨가된 일부 제품이 더 먹음직스럽게 보일 때도 있다. 소금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외형뿐만 아니라 맛에 있어서도 거의 흡사하다. 이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원산지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공정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수산물 원산지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수산물 원산지표시제는 수산물이나 그 가공품 등에 대하여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하는 제도다. 도입 첫 해인 1994년에는 수입 수산물만이 그 대상이었다가 현재는 식용 소금을 포함해 가공, 유통, 판매하는 모든 수산물과 그 가공품으로 그 대상범위가 확대됐다.

올바른 수산물 원산지 표시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명절, 휴가철, 김장철 등 수산물 수요가 높아지는 시기에 특별점검도 실시하고 있다. 작년 김장철을 맞아 김장철 성수품을 대상으로 진행된 수산물 원산지 특별점검에서는 원산지 거짓표시, 미표시 등으로 적발된 건수와 그 물량이 총 41건, 3만6408kg에 달했다.

요즘 먹거리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알 권리에 대한 중요성 또한 나날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다. 수산물 원산지표시제는 이러한 측면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더불어 그들의 건강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뜻 소비자만을 위한 제도인 듯 보이는 수산물 원산지 표시제는 사실 생산자도 보호하고 있다. 비교적 값이 싼 수입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한다면 국내산 천일염, 수산물 생산업자는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도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게 된다. 수산물 원산지 표시 확인은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일임과 동시에 국내 생산업자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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