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어르신, ‘락희 거리’ 아세요” “응? 낙지거리?”

김아연 기자, 이지은 인턴

입력 2017-11-20 16:33 수정 2017-11-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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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르신, 락희 거리 아세요?” “응? 낙지 거리?”

#2. #3. #4.
일본 도쿄 ‘스가모 거리’.
어르신 취향에 맞는 옷과 부담 없는 가격의 음식이 눈에 띕니다.
간판 글자도 알아보기 쉽게 큼지막합니다.
이 곳은 국민 4명 중 1명이 노인이라는 일본의 ‘노년층 특화거리’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노인들의 홍대, 명동 같은 곳이죠.
그래서 ‘노인들의 하라주쿠’ 라고 불립니다.

노인들이 쉽게 오갈 수 있게 도로와 인도 사이의 턱도 없고 에스컬레이터는 30% 정도 느립니다. 곳곳의 벤치가 있어 언제든 쉬었다 갈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걷기 편하고’ ‘살게 많아서’ 스가모 거리를 찾는다고 말합니다.

스가모 거리는 한 때 우리나라의 탑골공원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정부와 지역 주민들이 뜻을 모아 관광 명소로 바꿨죠. 한 해 90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5. #6.
우리나라에도 노인특화거리는 있습니다. 지난해 말 서울시는 스가모 거리를 벤치마킹해 서울 종로 탑골공원 북문에서 낙원상가로 이어지는 100m 구간에 ‘락희 거리’를 조성했습니다.
‘락희’는 행운을 뜻하는 영어 단어 ‘럭키(Lucky)’를 음차한 말입니다. 한자로는 즐거울 락(樂), 기쁠 희(憙)라고 쓰죠.

큰 글씨의 간판과 부담 없는 음식 가격은 일본과 비슷합니다.
어르신들을 배려한 서비스도 눈에 띕니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편히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간판에 표시를 했죠.
음식점 테이블에는 지팡이를 세워 놓을 수 있는 ‘지팡이 거치대’도 붙여놨습니다.

#7. #8.
하지만 어르신들에게 ‘락희 거리’는 생소합니다.
거리가 후미진 곳에 있고 길도 짧아 찾는 데 애를 먹습니다.
발음도 어렵습니다. 어르신들께 “락희 거리 아세요?” 물으니 “낙지 거리?”라고 되묻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관리도 부실합니다. 야외공연장으로 사용하려던 곳은 사실상 방치돼 있습니다.
비상시 사용해야할 심장 제세동기도 불법 주차한 차량이 막고 있습니다.

#9.
OECD 국가들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
어르신들에게 진짜 ‘즐겁고 기쁜’ 거리가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요.


2017. 11. 20 (월)
동아일보 디지털통합뉴스센터
원본 | 채널A 황규락 기자
사진 출처 | 채널A· 동아 DB
기획·제작| 김아연 기자·이지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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