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고액전세 편법 증여 기승

박재명 기자

입력 2017-10-18 03:00 수정 2017-10-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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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255명 2000억 탈세… 추징 세금만 600억 넘어

고액 전세주택을 매개로 자녀에게 편법 증여된 자금이 국세청에 적발된 액수로만 최근 4년 동안 2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전세 편법 증여가 매년 늘어나면서 세무조사 대상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국세청이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실에 제출한 ‘고액전세 세입자 자금출처조사 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2013∼2016년 고액전세 세입자 255명을 조사해 1948억 원의 자산 탈루를 적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청이 이들에게 추징한 세금은 601억 원으로 1인당 평균 2억4000만 원에 이른다. 만약 국세청에 적발되지 않았다면 이 돈은 세금 징수 없이 고스란히 대물림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은 2013년부터 전세 자금 10억 원 이상인 주택 세입자를 대상으로 변칙 증여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부모가 준 돈으로 전셋집을 마련한 뒤 자녀가 은행 대출을 받아 갚아 나가는 식으로 위장해 증여세 신고를 피하는 게 전형적인 방식이다. 일부 탈세자는 고액 전세금을 부모에게 증여받은 뒤,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과 부모 간에 자금을 거래한 것으로 꾸미는 등 지능적인 수법을 동원해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액전세 편법 증여 적발 건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조사 첫해인 2013년 56건, 2015년 62건이었던 적발 건수는 지난해 87건까지 증가했다. 적발되는 지역도 강남구 등 서울에서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부산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등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부산지역에서는 2015년 한 해에만 11건의 고액전세 편법 증여가 적발됐다. 국세청은 서울 및 일부 신도시에 국한했던 고액전세 세무조사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인사 청문회에서 일부 공직자들까지 자녀의 전세자금 출처를 명확히 해명하지 못하는 등 전세자금 불법 증여가 만연한 상태”라며 “현재 10억 원인 고액전세 조사 기준을 낮추고 주기적인 조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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