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력형·거래형 무더기 특혜 채용, 우리은행뿐인가

동아일보

입력 2017-10-18 00:00 수정 2017-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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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지난해 일반직 신입사원 공채에서 최종 합격자 150명 중 16명을 금융감독원과 국가정보원, 주요 기업 고객들의 자녀로 특혜 채용했다고 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어제 국정감사장에서 공개한 우리은행 인사팀 문건에는 이들의 이름과 인적 정보, 특채의 배경이 되는 ‘민원인’ 정보까지 적혀 있다. 한 기업체의 최고재무책임자 관련 메모에는 ‘여신 740억 원, 신규 여신 500억 원 추진 중’이라고 쓰여 있는 등 특채에 따른 금전적 효과까지 계산한 정황도 드러났다.

무려 1만7000명이 지원해 11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우리은행 입사시험에서 낙방한 청년과 부모들이 ‘사기 공채’에 느낄 분노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국내 4대 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에서 이처럼 특혜 채용이 판친 것은 정부가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은행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갑을 관계’ 때문이다. 취업 청탁자들은 정부가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 등을 통해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구조를 교묘히 파고들어 공채의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평생 뇌물’과 다름없는 채용 특혜를 받아냈다.

우리은행은 직원 평균 연봉이 8000만 원에 이르고 복지수준이 높아 금융회사 중에서도 민간 분야의 ‘신의 직장’으로 꼽힌다. 7월 올해 채용인원을 600명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하고 하반기 채용에 돌입했지만 정부 지분이 많은 우리은행이 이런 식이라면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 개’ 공약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특채로 지목된 사례 중에는 청탁자가 우리은행 관계자에게 직접 부탁한 경우뿐 아니라 우리은행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을 거친 민원도 적지 않다. 심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이상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 요청으로 한 건, 또 한 건은 금감원 요청으로 기재돼 있다. 금감원이 공채에 특혜 채용을 밀어 넣은 일이 과연 우리은행뿐인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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