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예언대로로… 인덱스펀드가 액티브펀드에 완승

신민기기자

입력 2017-10-18 03:00 수정 2017-10-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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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시장 수익률 격차 뚜렷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2008년 뉴욕의 헤지펀드 운용사 프로테제 파트너스를 상대로 내기를 걸었다. 2017년 말까지 인덱스펀드와 액티브펀드의 일종인 헤지펀드 중 어떤 것이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지 따져 보자며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 원)를 판돈으로 제시한 것이다. 아직 두어 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100만 달러는 버핏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말까지 버핏이 선택한 인덱스펀드는 85.4%의 누적 수익률을 올린 반면에 프로테제 파트너스가 고른 헤지펀드는 22.0%의 수익률에 그쳤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인덱스펀드가 액티브펀드를 압도하는 수익률을 올리면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덱스펀드가 수익률 상위 펀드의 대부분을 휩쓸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 수익률 높은 인덱스펀드가 대세

인덱스펀드는 특정 주가지수를 따라가면서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운용되는 매우 보수적인 투자 상품이다. 가령 코스피200을 연동하는 펀드라면 딱 코스피200 지수가 오른 만큼 수익률을 올릴 수 있게 설계돼 있다. 개별 투자자 입장에선 시장을 조사하고 유망 주식을 발굴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운용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주식 초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반면에 액티브펀드는 펀드매니저가 투자 종목을 일일이 골라서 운용한다. 시장 상황과 펀드매니저의 능력에 따라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투자 손실을 볼 확률도 그만큼 높다.

그런데 최근 흐름을 보면 인덱스펀드는 액티브펀드와의 수익률 경쟁에서 사실상 완승을 거두고 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인덱스펀드는 평균 27.86%의 수익률을 올린 데 비해 액티브펀드는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22.38%)보다도 낮은 15.91%에 그쳤다. 5년, 10년 등 장기 수익률을 비교해 봐도 인덱스펀드의 성적이 월등히 앞섰다. 이처럼 수익률 차가 커지면서 투자 자금의 흐름도 바뀌고 있다. 최근 1년간 액티브펀드에서는 6조6877억 원의 자금이 유출된 반면에 인덱스펀드에는 4413억 원이 유입됐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최근 상승장을 삼성전자 등 일부 초대형 우량주가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인덱스펀드의 경우 지수를 구성하는 대표 종목을 시가총액 비중만큼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는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식을 4분의 1에 가까운 24.5%(9월 말 현재 시가총액 비중)나 포함시킬 수 있어 삼성전자 주식이 오르는 만큼 펀드 수익률도 치솟게 된다. 반면에 펀드매니저가 여러 종목을 발굴해야 하는 액티브펀드는 1개 종목을 이처럼 많이 담기가 어렵다 보니 수익률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 자본의 효율적 배분 저해 우려도

인덱스펀드는 적은 수수료와 안정적인 수익률 때문에 실제 재테크 전문가들의 단골 추천 대상이었다. 그러나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확실한 만큼, 무턱대고 이 같은 열풍에 올라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시장이 대형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인덱스펀드 수익률이 월등히 높지만, 박스권 장세에서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시장과 투자자들의 자금 상황에 맞춰 수익률과 안정성 등을 따져 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덱스펀드 열풍이 자본의 효율적인 배분을 막고 개별 종목의 가격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좋은 기업에는 돈이 몰리고 나쁜 기업에서는 자본이 빠져나가야 하는데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일정 비율만큼 기계적으로 돈을 투입하는 인덱스 투자가 성행하면 이 같은 자본시장 본연의 역할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인덱스펀드에 담기지 않은 중소형주나 신생주는 성장 가능성이 높아도 수익을 얻을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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