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 기자의 Tourology] 알프스 음미하며 슬로우투어…말을 잊다!

김재범 기자

입력 2017-09-14 05:45 수정 2017-09-1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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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의 여왕’이라는 애칭으로 스위스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리기산(1797m) 정상 전망대에서 루체른 시와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관광객들. 톱니바퀴 등산열차로 정상 근처 역까지 올 수 있는데, 중간역에서 내려 수려한 산세를 즐기며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스위스|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루체른선 예술 역사 자연 한곳서 만끽
예쁜 그림엽서를 닮은 무공해마을 뱅엔
슈타인 암라인은 시간 멈춘듯 중세풍광


면적 4만1285km²로 한반도의 5분의1에 불과한 크기, 하지만 유럽에서 늘 인기 1, 2위를 다투는 관광 명소. 스위스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아 2016년 한국 관광객의 스위스 투숙일수가 25만5000박을 기록했다. 올해도 스위스 관광청 한국지사 집계에 따르면 6월까지 숙박은 32%, 스위스 트래블 패스는 8월까지 32%나 상승했다.

스위스는 자동차를 렌트해 다녀도 좋지만 역시 기차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 제격이다. 어지간한 소도시까지 촘촘하게 노선이 깔려 있어 지역 접근성이 탁월한데다 낭만적인 관광열차부터 고풍스런 등산열차까지 다양한 기차를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리는 역마다 각기 다른 얼굴의 동네를 접하는 것도 즐겁다. 급할 것 없다는 듯 느긋하게 달리는 기차에 몸을 싣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의 파노라마에 취해 있다가 문득 내리면 웅장한 폭포를 품에 안은 알프스 청정마을이 기다린다. 다시 열차에 올라 달리다 또 다른 역에 내리면 이번엔 시간이 멎은 것 같은 고풍스런 도시가 여행자를 반긴다.

‘우리보다도 한참 작은 곳인데 뭐하러 서너시간씩 기차 타고 이동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모처럼의 여행길에 스위스의 자연과 문화를 여유롭게 음미하는 ‘슬로우 투어’를 꿈꾼다면 기차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역에서 나오면 305m 높이의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한눈에 들어오는 라우터브루넨과 슈타웁바흐 폭포(왼쪽)과 10세기가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깊은 마을 슈타인 암 라인의 구시가지 모습. 스위스|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스위스 최고의 호수 풍광, 루체른

스위스 지도를 볼 때 거의 정중앙에 있는, 우리로 치면 대전과 같은 위치의 도시다. 기차여행에서 이곳을 중심 거점으로 일정을 짜면 편리하다. 북쪽의 취리히가 1시간 거리이고, 융프라우로 가는 관문인 인터라켄 오스트도 남쪽으로 1시간50분이면 간다. 화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관광철도 골든패스 라인의 출발역이기도 하다.

물론 루체른 자체의 매력도 뛰어나다. 호수의 나라 스위스에서 아름답기로 첫손에 꼽는 피어발트슈테터 호수(일명 루체른 호)를 끼고 있어 유람선 투어가 유명하다. 도심에도 빈사의 사자상, 카펠교, 예수교회 등 그림엽서 같은 명소들이 있다.

만약 클래식을 좋아한다면 유럽 굴지의 음악축제 ‘루체른 페스티벌’을 놓치지 말자. 참여하는 아티스트의 면면들도 화려하지만, 연주 프로그램도 꽤 괜찮다. 이번 루체른 여행길에는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무려 3시간30분에 걸쳐 다닐 트리포노프를 비롯한 러시아 피아니스트 3명이 연주하는 귀한 무대를 감상할 수 있었다.


●남성적인 필라투스산과 여성적인 리기산

루체른 근교에는 필라투스(2132m), 티틀리스(3020m), 리기(1797m) 등 하이킹을 비롯한 다양한 액티비티로 유명한 명산들이 있다. 이중 이번에 방문한 곳은 필라투스와 리기. 근육질의 바위산이 인상적인 필라투스 산은 정상까지 톱니바퀴 산악열차가 다니는데 세계에서 가파른 48도의 경사를 자랑한다. 정상 필라투스 클룸에는 두 개의 산악 호텔이 있다. 이곳에서 묵으면 해발 2000m가 넘는 알프스 산에서 매혹적인 일몰과 아침을 모두 볼 수 있다. 필라투스에 비해 리기산은 높이는 조금 낮지만, 워낙 모습이 아름다워 ‘산들의 여왕’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이곳 역시 톱니바퀴 산악열차로 오르는데, 정상 전망대에서 조망하는 루체른 시와 호수의 모습이 압도적이다.


●세계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역, 융프라우요흐

3454m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역으로 불린다. 한국관광객들이 스위스를 찾을 때 거의 필수코스로 방문하는 융프라우 관광의 정점. 이곳까지 가는 등산철도는 100년도 훨씬 전인 1912년에 개통했다. 여기서 내리면 스핑크스 전망대(3571m), 얼음궁전 등 본격적인 융프라우 관광이 시작된다.

다만 해발 3000m가 넘는 고지대다 보니 말로만 듣던 고소증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살짝 허공을 밟고 다니는듯한 붕 뜬 느낌이다. 사실 융프라우 관광에서 고소증보다 여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날씨다. 안개가 짙거나 눈.비가 오면 그림같은 경치를 못보고 답답한 실내에 머물다가 오는 낭패를 겪는다. 일정에 여유가 있으면 재도전도 가능하지만, 3박이나 4박 정도의 스위스 여행 일정이면 그냥 천운에 맡겨야 한다.


●폭포의 마을 라우터브루넨과 무공해 벵엔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요흐까지 가는 등산열차를 타고 가는 중간에 만나는 마을들이다. 벵엔은 전기차 외에는 차량 진입이 금지된 청정 마을. 만약 차를 타고 왔을 경우 이곳에 가려면 라우터브루넨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두고 이동해야 한다. 걸어서 30분이면 다 돌아보는 아담한 동네로 어디를 찍던 그림엽서같은 예쁜 알프스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라우터브루넨에서는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높은 305m 높이의 슈타웁바흐 폭포와 알프스 빙하가 녹은 2만톤의 물이 깊은 계곡 사이로 떨어지는 트륌멜바흐 폭포를 볼 수 있다.


●시간이 멈춘 곳, 슈타인 암라인과 샤프하우젠

독일 국경과 인접한 북쪽의 작은 도시들이다. 취리히나 루체른, 북동부의 최대 도시 생갈렌 등에서 기차로 1시간에서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샤프하우젠은 럭셔리 시계 브랜드 IWC의 본사가 있는 곳인데 도시 외각에 있는 유럽 최대의 라인 폭포로 유명하다. 슈타인 암 라인은 무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마을로 화려한 프레스코화로 외벽을 장식한 구시가지의 건물이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간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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