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날 비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 무슨 뜻?
박태근 기자
입력 2017-08-23 08:30 수정 2017-08-23 09:11
23일 은 여름 더위가 물러간다는 절기 처서(處暑)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는 속담처럼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고 파리 모기의 극성이 사라진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한다. 과거 부인들과 선비들은 이무렵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말리는 일을 했다.
농가에서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무렵 벼의 이삭이 패기 때문이다. 무엇이 한꺼번에 성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고 표현한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處暑雨]’라고 하는데, 처서비에 ‘십리에 천석 감한다’,‘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는 말이 있다. 왕성해진 벼의 나락이 입을 벌려 꽃을 올리고 나불거려야 하는데, 비가 내리면 나락에 빗물이 들어가고 결국 제대로 자라지 못해 썩기 때문이다. 또 ‘처서날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고 말도 있다. 혼사를 앞둔 큰 애기들의 혼수장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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