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던 날 뛰쳐나온 강아지..주인 찾아준 천사

노트펫

입력 2017-08-18 15:08 수정 2017-08-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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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경민아, 빨리 일어나봐. 옥상 계단에 웬 강아지가 있어."

지난 15일 오전 10시 서울 응암도의 한 주택. 공휴일을 맞아 늦잠을 자던 경민 씨는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에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가 보니 정말 온몸이 비에 젖은 강아지 한 마리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경민 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광복절이었던 이날 전국적으로 큰 비가 내렸고, 비를 맞던 강아지가 경민 씨가 사는 빌라 건물 안쪽으로 몸을 피한 걸로 보였다.

경민 씨는 "처음엔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강아지를 키워본 적도 없었거든요. 갑자기 다가가면 놀래서 도망갈까 걱정도 되고요"라고 말했다.

우선 경민 씨는 강아지가 놀라지 않게 조심스레 다가가 담요를 덮어줬다. 덜덜 떠는 녀석을 따뜻하게 해주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해서였다.

가까이서 본 강아지는 주인이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미용도 잘 돼 있었고, 털 상태로 볼 때 주인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계단에 강아지와 같이 앉아 있다가 좀 안정이 된 것 같아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어요. 그동안 아빠와 동생이 사료, 간식, 샴푸 등 필요한 걸 사왔고요."

이후 목욕을 시키고 털을 잘 말려주자 녀석은 밥을 먹고는 긴장이 풀렸는지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하지만 경민 씨의 마음은 바빠졌다. 녀석을 어떻게 집으로 돌려보내야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반려견 카페 등에서는 전단지 돌리기, 동네 동물병원에 알리기 등 다양한 방법을 알려줬지만 공휴일에 종일 비까지 내려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경민 씨는 급한 대로 쉬지 않는 동물병원에 보호 중임을 알리고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동네에 전단지를 붙이려고 문구까지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인 16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오전에 엄마가 혹시 모르니 동사무소에도 연락을 하라고 해서 전화를 걸었는데, 견주분이 실종 신고를 해놓으신 거예요. 얼마나 반갑고 놀랐는지 몰라요."

그렇게 만 하루 만에 비에 쫄딱 젖은 실종견 신세였던 강아지는 주인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녀석의 이름은 '기쁨이'로, 경민 씨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기쁨이는 견주가 운영하는 작은 공장에서 직원이 실수로 열어놓은 문 사이로 빠져나가 길을 잃고 경민 씨네 집까지 가게 된 것이었다.

"견주분이 감사하다며 가족들 모두에게 휴대전화 케이스를 선물로 주셨어요. 기쁨이가 집에 가서 참 다행이긴 한데, 또 섭섭하기도 하더라고요."

경민 씨는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며, 마지막으로 기쁨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기쁨아, 나를 제일 잘 따라줬는데 막상 보내고 나니 섭섭하네. 기쁨이가 말을 잘 들어줘서 수월하게 돌봐줄 수 있었던 것 같아. 정말 고맙고, 이제 집 나오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렴."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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