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지평선서 ‘인생샷’ 찍을까… 말 알아듣는 돼지 보러갈까

고기정 기자

입력 2017-06-29 03:00 수정 2017-06-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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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가볼만한 농촌관광지

경남 창원시의 빗돌배기마을에서 어린이들이 미꾸라지 잡기 체험을 하고 있다. 논에서 건져 올린 미꾸라지를 운영진이 공중에 던지면 아이들이 바구니에 담는 놀이다. 빗돌배기마을 제공

올여름 휴가 때는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꽃밭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어 보자. 맛있는 수제 와인 테이스팅을 하러 가거나 편백나무 숲 속에서 지친 심신을 위로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는 돼지들의 공연을 보러 갈까. 아이들과 함께 맨손으로 잡은 송어를 구워 먹고 멜론이나 방울토마토, 수박과 같은 건강한 먹을거리를 수확해 보는 건 어떨까. 굳이 해외로 나갈 필요는 없다. 바로 우리 농촌에서 얼마든지 즐길 수 있으니까.

농촌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민들이 농촌이 가진 풍부한 정서적 생태적 가치에 주목할 때 농가에서는 소득 증대의 기회를 찾았다. 농촌이 단순한 먹을거리의 생산지에서 이제 문화를 향유하고 체험하는 곳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여름휴가지를 정하지 못했다면 6차산업화를 통해 농작물 생산, 제조 가공 그리고 체험관광까지 선보이고 있는 전국 각지의 이색 체험 관광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 목장 체험―돼지 공연 보고 젖소 먹이 주고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장인 경기 용인시 농도원목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소들에게 건초를 먹여주는 체험을 하고 있다. 농도원목장 제공

동물을 좋아한다면 이름부터 재미있는 경기 이천의 ‘돼지보러오면돼지’를 추천한다. 돼지를 주제로 한 이곳의 세계 두 번째 돼지박물관에는 돼지 인형과 저금통 등 전 세계에서 수집한 돼지 관련 물품 5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미니 돼지들의 공연을 보고 소시지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1952년 문을 연 경기 용인시 농도원목장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장이자 수많은 농촌지도자를 키워낸 곳이다. 지금은 낙농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송아지 우유 주기, 건초 먹이기, 젖 짜기 등 유럽 목장에서 느껴봄 직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덤으로 농도원에서 생산된 원유로 만든 수제 요구르트를 맛볼 수 있다. 체험 전에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아름다운 경관 덕분에 CF 촬영지로도 알려진 제주 아침미소목장은 감성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목장에서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마련한 포토존은 사진 촬영의 필수 코스다.


○ 농장 체험―토마토 따고 와인 마시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이가 있었다. 서태평양 남양군도 포로수용소에서 강제 노역을 하던 중 그는 연합군 포로였던 한 스페인 병사와 친하게 지내게 된다. 스페인 병사는 그에게 포도와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뒤 다행히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그는 퇴직 후 고향인 충북 영동에서 1965년부터 포도를 재배했다. 훗날 국내 와이너리 농가 1호가 된 컨츄리농원을 세운 고(故) 김문환 씨의 이야기다.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컨츄리농원은 건강한 수제 와인을 만들면서 색다른 와이너리 체험도 제공한다. 와이너리가 해외에만 있다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다.

덕유캠프농장은 캠핑을 하면서 채소와 표고버섯을 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휴가지. 전북 무주의 덕유산 자락 구천동 맑은 물줄기 옆에 위치한 오토캠핑장에 농장을 조성해 놓았다. 캠핑장에서 고기를 구워 방금 수확한 야채와 함께 먹으면 행복감이 밀려올 것 같다. ‘반딧불 생태학교’를 통한 곤충 체험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경남 창원의 빗돌배기마을은 여름에 멜론, 방울토마토, 수박 등 누구나 좋아하는 달콤한 과일 수확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수확한 과일은 그 자리에서 맛볼 수도 있고 집에 가져갈 수도 있다.


○ 힐링 체험―삼림욕하고 인생샷 찍고

제주의 해바라기농장은 7월이 제철이다. 해바라기 밭에서 부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숙해바라기농장 제공

체험도 좋지만 휴가 때 힐링을 원한다면 숲 체험을 통한 산림 치유는 어떨까. 전남 장성의 백련동편백농원은 편백 조림지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삼림욕으로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힐링이 다 됐으면 방향제와 화장품을 만드는 체험, 필통을 만드는 목공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충남 아산의 세계꽃식물원도 힐링 휴가지 중 한 곳.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온실 식물원으로 유명 꽃과 희귀 꽃 1000여 종이 자라고 있다. 다양한 원예 체험 프로그램이 있으며 원예 관련 제품도 소개하고 판매한다. 매년 16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제주의 ‘김경숙해바라기농장’에는 7월에 만개를 앞둔 해바라기가 넘실거린다.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꽃밭은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장소’로 불리며 젊은이들에게 제주 여행의 필수코스로 알려져 있다. 해바라기 훈제 바비큐포크, 해바라기 씨앗, 해바라기씨유 등의 가공품도 판매한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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