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서울 땅밑… 지하공사 하세월

노지현 기자

입력 2017-03-23 03:00 수정 2017-03-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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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침수지역 하수관로 매설
지하 전기선-가스관 얽히고설켜… 4년째 지지부진, 주민들 불만 고조
지하시설물 구조지도 오류 많아… 당초 85억 예산에 80억 더 필요


9일 서울 서초구 방배로 하수관로 공사현장을 찾은 주민대표 50여 명에게 조은희 서초구청장(왼쪽 마이크 든 사람)이 공사가 지연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서초구 제공

9일 서울 서초구 방배로 반포세무서 앞 하수관로 공사현장에 안전모를 쓴 주민참여위원 50여 명이 모였다. 2013년 11월 시작한 이 공사는 2015년 12월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왕복 4차로 중 부분적으로 2개 차로를 막고 하는 공사가 예정보다 1년 넘게 지속되다 보니 교통 정체는 계속됐고 불편과 불만은 더 커졌다. 서초구청에는 최근 “팠던 땅을 왜 파고 또 파는 것이냐” “먼지와 소음을 언제까지 참아야 되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이날 서초구는 주민을 현장으로 초청해 공사가 지연되는 사정을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었다.

2010년, 2011년 국지성 호우 때마다 방배동 저지대 1600여 가구가 물에 잠겼다. 갑자기 밀려드는 많은 양의 물을 하수도가 담아내지 못해 역류한 탓이 컸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책 마련에 나선 서울시와 서초구는 지하에 대형 하수관로를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땅속 7m 깊이에 가로, 세로, 높이 4m의 콘크리트 하수박스를 연결한 하수관로를 방배역∼내방역∼반포천 2.1km 구간에 묻기로 했다. 거대한 하수관로를 통해 빗물을 반포천으로 흘려보내자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하수관로 공사는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 막상 땅을 뚫으니 지하 시설물이 예상치 못한 모양으로 드러났다. 김정래 방배로 현장소장(48)은 “서로 엇갈려 설치된 전기선, 상하수도관, 가스관, 통신선관 등을 안전하게 옮기려고 지반을 여러 차례 파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가 지하 시설물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서울시는 지하에 매설된 가스관, 상하수도, 전기, 통신, 난방, 가스에 대한 정보를 관련 산하기관과 회사로부터 받아 지하시설물지도를 작성해 자치구 등이 요청하면 제공한다. 서초구도 공사 설계용역을 맡길 때 이 지하시설물지도를 바탕으로 했다. 결국 이 지도에 오류가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각 기관과 업체가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서울시가 일일이 땅 밑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서울시에 온전히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용도 배로 늘어나고 있다. 당초 서초구가 설계용역을 맡긴 업체는 지하 매설물 현황 등을 계산해 공사비용을 85억 원으로 추산했다. 서울시도 85억 원을 사업비로 지급했다. 그러나 현재 계산한 결과 전체 사업비는 165억 원으로 산정됐다. 80억 원이 더 필요한 상태다. 서초구는 서울시에 하반기 추경 예산을 짤 때 반영해 달라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을 짤 때 반영해 주겠다고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서초구민의 불편은 더 연장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주야로 공사해 올해 말까지는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도심에서 지하 공간을 활용하는 일들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지하시설물지도를 더 정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부터 지하공간통합지도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가스관, 상하수도, 전기, 통신, 난방, 송유관 같은 법정 시설물 이외에 최근 늘어나는 지하보도까지 통합해 3차원(3D) 지도로 만들어 지하 공간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2월 지하공간통합지도 구축사업의 데이터베이스에 부정확한 정보가 제공돼 시스템 활용이 곤란해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일부 지역에 지하도로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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