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젓가락까지… 호텔에서 만들어 팔아요

이새샘기자

입력 2017-03-23 03:00 수정 2017-03-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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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브랜드 상품 잇달아 선보여

호텔업계가 잇달아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내놓고 있다. ‘작은 사치’를 즐기고 체험을 중시하는 트렌드와 고객층을 확대하려는 호텔의 필요가 만나 생긴 현상으로
분석된다. ① 워커힐은 지난해 12월 커피 브랜드 ‘폴 바셋’과 협업해 ‘워커힐 시그니처 블렌드’를 개발했다. ② 롯데호텔의 침대, 침구 브랜드 ‘해온’은 시몬스와 공
동 개발한 매트리스를 내놨다. ③ 더플라자의 ‘P 컬렉션’에서 내놓은 디퓨저. ④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내놓은 조선호텔 김치. 각 업체 제공

여행지에서 묵은 호텔에서 몸을 포근하게 감싸던 샤워 가운, 머리를 누이기만 해도 ‘꿀잠’을 선사하던 푹신한 베개…. 여행에서 돌아와도 생각나는 ‘그 호텔 그 물건’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호텔업계는 최근 이런 수요에 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만들었다’는 것을 앞세운 호텔 자체 브랜드(PB·Private Brand)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품목이 호텔 객실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가장 오랜 시간 사용하는 침대와 침구다. 롯데호텔과 웨스틴조선호텔은 2013년부터 각각 침구 및 매트리스 PB인 ‘해온’과 ‘헤븐리’를 판매하고 있다.

이 중 ‘헤븐리’는 풀 세트를 구매할 경우 호텔 직원이 직접 집까지 배송하고 호텔처럼 세팅하는 ‘케어 서비스’를 제공해 입소문을 탔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200% 늘어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헤븐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지난해 9월에는 아예 호텔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고 침구류는 물론이고 타월, 화장품, 꽃바구니까지 판매하고 있다.

더플라자도 지난해 자체 브랜드 ‘P 컬렉션’을 론칭하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더플라자의 객실에 사용하는 향기인 유칼립투스향을 바탕으로 한 디퓨저를 선보여 1년 만에 1500개를 판매했다.

호텔 객실에 비치된 것과 같은 품질의 호텔 가운, 더플라자 내 일식당 ‘무라사키’에서 사용하는 자작나무 수공예 젓가락도 PB 상품으로 잇달아 내놨다. 더플라자 관계자는 “모두 5만 원에서 10만 원대 초반 가격대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호텔에 온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점이 고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텔 PB가 인기를 끌자 외부 업체와 협업해 PB 제품을 외부 유통망으로까지 확대하는 곳도 등장했다. 워커힐은 3월부터 청정원과 함께 개발한 ‘청정원 워커힐호텔 장향양념’을 판매하고 있다. 워커힐호텔은 물론이고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에서도 판매된다. 장향양념은 2013년 12월 특급호텔 최초로 독자적인 소스 제조법으로 특허를 받기도 한 양념이다. 원래는 호텔 내 숯불갈비 전문점인 ‘명월관’에서 조리된 음식으로만 맛볼 수 있었다. 워커힐은 이 외에도 연구개발(R&D) 부서를 별도로 두고 초콜릿, 김치, 보양음식 등 다양한 식품 PB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호텔 PB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호텔 입장에서도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창구가 되기 때문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최근 2, 3년 사이 호텔 수가 많이 늘어난 데다 2015년 메르스 사태와 2016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등을 겪으며 경쟁이 치열해져 각 호텔이 더욱 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텔 PB 상품은 호텔 브랜드를 대중적으로 홍보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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