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특허 싸고… 글로벌 바이오업계 ‘독한 전쟁’

박은서 기자

입력 2017-03-23 03:00 수정 2017-03-2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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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

이달 초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영국에서 미국 제약사 ‘애브비’를 상대로 제기했던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에 대한 특허 무효 소송에서 승소하자 바이오의약품 업계에선 이 같은 평가가 나왔다.

휴미라는 2015년 세계 의약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제품. 매출액이 140억 달러(약 15조6800억 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으로, 애브비 전체 매출의 61%를 차지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휴미라의 바이오복제약(시밀러)인 ‘SB5’를 개발해 지난해 6월 유럽의약국(EMA)에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승소가 유럽 출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1990억 달러로 추산된다. 성장세도 가팔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06∼2015년 연평균 9.0%씩 성장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바이오시밀러 회사의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자 바이오 신약 회사들은 바이오시밀러 회사를 견제하기 위해 특허를 무기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애브비는 휴미라의 중복 특허를 계속적으로 추가해 특허 종료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고 있다.

바이오 신약 1개에는 물질특허와 제형특허 등 수십 가지의 특허가 붙어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특허다. 휴미라의 물질특허는 미국에서 지난해 12월 만료됐고 유럽에선 내년 10월 만료예정이다. 하지만 애브비는 적응증과 제법특허 등을 통해 휴미라의 특허 종료 기간을 2022년까지 연장했다. 업계에선 애브비가 방어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허가 100개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바이오 신약의 특허 방패를 뚫지 못하면 바이오시밀러의 판매는 요원한 일이 되고 만다.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암제비타’를 개발한 미국 제약사 ‘암젠’은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아 놓고서도 특허 무효소송에서 패소하는 바람에 시판 계획을 연기해야 했다.

문제는 바이오 신약에 걸린 특허가 다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가리켜 ‘잠수함 특허’라고 부른다. 신약 회사들이 공표하지 않았던 특허가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할 때쯤 수면 위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 바이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성분, 제형특허는 알려져 있는 반면 제조 방법 등 부수적인 특허는 잘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허 전쟁에서 바이오시밀러가 승리하면 바이오 신약이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바이오시밀러는 효능은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바이오 신약의 50∼70%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바이오 제약사 ‘얀센’이 자사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셀트리온 ‘램시마’에 제기한 물질특허 재심사 항소에서 셀트리온의 손을 들어줬다. 램시마의 미국 판매를 위한 특허 장애물이 모두 제거됐다. 하나금융투자는 “후속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램시마가 30%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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