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적 중견기업 삼일방, 美공략 역발상

이은택 기자

입력 2017-03-23 03:00 수정 2017-03-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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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생산시설로 보호무역 대응”… 美중견 BQY社지분 100% 인수
KOTRA, 주간사 맡아 협상 주도


미국 중견기업을 인수해 보호무역 장벽을 넘어선 한국 중견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경북 경산에 본사를 둔 중견 방적기업 삼일방은 20일(현지 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미국의 중견 방적기업 뷸러퀄리티얀스(Buhler Quality Yarns)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인수계약(SPA)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KOTRA는 이 과정에서 삼일방의 단독 매수 주간사회사로 나섰다.

삼일방은 최근 수년간 미국시장 수출 등 진출 전략을 놓고 고민을 해왔다. 해외 생산거점도 시장이 큰 미국에 확보해야 할지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에 확보해야 할지 고심했다. 그 와중에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등 통상 분야에 격랑이 일었다. 삼일방은 장기적으로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인수에 나섰다.

이번에 삼일방이 인수한 뷸러퀄리티얀스는 205년 역사를 지닌 스위스의 방적기업 헤르만 뷸러가 1996년 미국에 설립한 자회사다. 2015년 연 매출은 약 302억 원이었다. KOTRA 관계자는 “최근 스위스 본사가 방적 분야를 정리하고 리조트 개발을 시작하면서 미국 자회사를 팔기로 했고 삼일방이 기회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전에는 미국 유력 기업도 뛰어들어 경쟁을 벌였으나 삼일방과 KOTRA의 콤비조합이 계약을 따냈다. 자세한 사항은 계약상 비밀에 부쳐졌지만 방적업계에 따르면 인수가액은 1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일방의 연 매출은 930억 원이다. 앞으로 삼일방은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해외 다른 시장도 공략할 발판을 마련했다.

KOTRA는 삼일방의 의뢰를 받아 초기 협상부터 양사 경영진 면담, 현지 실사, 인수가격 결정을 위한 정보 제공 등 전 단계에서 활약했다. 뷸러퀄리티얀스와 삼일방 사이의 의사소통, 협상과정도 KOTRA가 주도했다. KOTRA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한국 중소중견기업도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다양한 방식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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