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팬 100여명 서초경찰서로…만나러 온 아이돌 누구?

권기범기자

입력 2017-01-19 16:25 수정 2017-01-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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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8시 서울 서초경찰서에 난데없이 20~50대 여성 100여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45인승 관광버스 2대를 나눠 타고 온 이들은 하나 같이 들 뜬 표정이었다. 손에는 일본어로 '소루(ソル)' '미라클(ミラクル·Miracle)'라고 쓰여진 손팻말과 펼침막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손을 호호 불며 경찰서 본관 출입구를 둘러싸고 섰다.

잠시 후 청록색 제복을 한 청년이 출입구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계단 위에 서서 인사하자 여성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일본인들은 꽃목걸이와 꽃다발을 안겨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팬들이 "축하한다, 잘 돌아왔다", "제복 입은 걸 보니 어른스러워졌다"라고 말하자 청년은 "변치 않고 기다려줘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넸다.

평범한 의경 복장이지만 청년은 일본에서 유명한 아이돌이다. 바로 김솔 씨(30). 그가 속한 '코드브이(V)'는 2012년 일본에서 데뷔해 오리콘 일간 차트에서 최고 3위, 주간 차트에서는 최고 5위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날 경찰서를 찾은 일본인들은 김 씨의 전역을 축하하기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골수팬이었다. '소루'는 그의 이름 솔을 일본어 식으로 발음한 것이었고, '미라클'은 그의 팬클럽 이름이었다. 이들은 14일 오후 입국해 김 씨가 다니던 교회와 김 씨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 등을 찾았고 이날은 전역한 김 씨와 함께 한정식을 즐기기도 했다.



김 씨는 2010년 한국에서도 데뷔했었다. 하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고 우연한 기회에 일본에서 활동하게 됐다. 그러다 나이가 차 입대시기가 다가왔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친구들의 조언을 들어 의경을 택했다.

사실 그는 복무를 시작할 때부터 잘생긴 외모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김 씨는 일부러 연예인 활동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동료들이 편견을 갖거나 불편해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탓에 동료들은 그가 아이돌인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동료들보다 나이가 많아 '아저씨' 취급을 받기도 했다. 김 씨 앞으로 매일 펜레터와 일본 과자가 도착했을 때도 동료들은 그에게 "솔사마 대단하다"고 말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날 등장한 일본인 팬들 덕분에 그의 인기가 확인되자 동료뿐 아니라 경찰 간부들도 놀라는 눈치였다. 전역 이틀 뒤인 17일 머리까지 염색한 김 씨가 경찰서에 인사를 오자 간부들과 의경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와 나란히 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한 경찰은 "친하게 지낼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김 씨는 "처음 복무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 일본 팬들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이냐'며 슬퍼했던 기억이 난다"며 "2년이 훌쩍 지나 무사히 전역해 기쁘다"고 말했다. 전역 전부터 틈틈이 노래 연습과 일본어 공부를 해온 김 씨는 3월 일본으로 출국해 전국 콘서트를 시작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 씨는 "내 인기를 반신반의하시던 부모님이 이번 팬들의 방문을 보시고 매우 기뻐하셔서 뿌듯했다"며 "일본에서의 활동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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