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회사에 뼈묻을 각오로 입사…나 취직했다! 나 사표냈다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

입력 2018-02-13 18:28 수정 2018-02-1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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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 취직했다! … 나 퇴사했다.

#2
‘불참은 없다. 전원 참석!’

입사한 지 한 달. 총무팀에서 온 e메일이다.

신입사원들의 임무는 회사 체육대회에서 장기자랑.

분위기가 썰렁해지면 곤란하다는 담당자의 엄포에
우린 한밤중에 춤 연습을 하느라 야근을 했다.

#3.
춤연습을 하다 입사 첫날이 떠올랐다.

“근속연수 35년을 채우겠습니다. 신입사원 박정후(가명)입니다.”

40여 곳을 탈락 한 끝에 합격해
회사에 뼈를 묻을 각오도, 열정도, 포부도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우리의 열정을 엉뚱하게 장기자랑에 요구했다.

#4.
연수원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10일간 외부와 단절돼 합숙훈련을 했다.
(그림: 아침엔 구보/ 저녁엔 점호/ 주말외출 금지)

경조사 참석까지 눈치를 봐야 했지만
연수원에서 가르치는 건 업무가 아니었다.

창업주의 정신을 주입하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세뇌하는 과정 같았다.

#5
이 고비를 넘으면 ‘정상적인 회사생활’이 기다릴 줄 알았다.

하지만 ‘새벽 별 보기 운동’하듯 이른 출근을 해야 했다.

(그림: 업무는 오전 9시를 넘어 시작하더라도 사무실 착석하자)

새벽 조깅을 하는 회사도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6
지난해 사장과 가진 사원간담회에서
한 동료가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용기를 냈다.

“해외 영업 업무로 오전 5시에 출근할 때가 있는데, 그날만이라도 오후 5시에 퇴근하게 해주세요.”

사장의 답변에 정적이 흘렀다.

“자네는 회사에 대한 희생정신이 없군.”

#7
보여주기식 새벽 출근과 야근.
단체행사 강압적 참여.

심신은 지쳐갔고, ‘퇴사 마일리지’도 쭉쭉 쌓여갔다.

입사 1년 반 만에 결국 나는 사표를 냈다.

#8
‘신입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런 무리한 훈련들로
사회초년생들의 불만은 크다.
(그림: 기업연수원에서는 어떤 횡포가 있었나)

기업연수원 입소 경험자 중 34%는 연수원 교육을 받은 뒤 입사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거나 실제 퇴사를 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9
기업들이 이런 군대식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직원들의 자율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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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3 (화)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
사진 출처l 동아일보DB·Pixabay
기획·제작l 유덕영 기자·한지혜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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