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웃픈 칼퇴…있으나마나 한 워라밸

유덕영기자 , 김채은 인턴, 김하경 기자, 김윤종기자

입력 2018-02-02 16:51 수정 2018-02-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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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웃픈 칼퇴
있으나마나 한 워라밸

#2.
“이제부터 오후 6시면 사무실 불을 다 끌 겁니다.
일찍 퇴근하세요~하하하!!”

화장품 유통업체에 다니는 박민기(가명·31)씨.
지난해 위풍당당하던 사장님 목소리를 잊지 못한다.

#3.
어찌된 일인지 오후 6시가 다가올수록 팀원 모두가 초조해졌다.
오후 5시50분 한 동료가 말했다.
“팀장님, 보고 자료를 아직 다 만들지 못했는데 어떡하죠?”
오후 6시 불이 다 꺼지자 팀장은 비밀작전을 수행하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팀원들에게 알렸다.
“모두 노트북 들고 회사 앞 카페로 모여라.”


#. 4
문 앞에선 사장님이 미소를 머금고 우리를 배웅했다.
사장님에게 귓속말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직원 수를 두 배로 늘리면 모를까 6시 퇴근은 불가능합니다.
업무 현실을 너무 모르시네요 ㅜㅜㅜ’

# 5.
오후 7시 카페 야근에 한계가 왔다.
다른 손님 눈치가 보였고 집중도 안 됐다.

선발대가 어두컴컴한 사무실로 향했다.
공포 영화처럼 사장님이 불숙 튀어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지만
사무실 불은 다시 환하게 켜졌다.

웃프게도 우리가 들어온 뒤 2개 팀이 쑥스럽게 웃으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결국 ‘일괄소등제’인지 뭔지는 두세 달 만에 흐지부지됐다.
이후 야근은 더 자연스러워지고 공고화된 느낌이다.

#6.
대기업에 다니는 이현경(가명·29·여)씨는
워라밸 얘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회사는 지난해 “오후 7시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진다”며
PC오프제 도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 씨는 지난주에도 나흘 야근했다.

이 회사에선 오후 7시에 컴퓨터가 바로 꺼지지 않는다.
오후 7시가 되면 화면이 꺼지지만 그렇다고 컴퓨터 자체가 꺼지는 건
아니어서 마우스를 움직이면 다시 화면이 켜진다.

“PC 오프제가 퇴근이 아니라 야근시작 시간을 알려주는 것 같다”


#7.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지선(가명·31·여) 씨는
지난해 말 회사의 ‘통 큰 약속’에 애사심이 싹텄다.
사장님은 “우리도 워라밸을 실천하자”며 전 직원 해외여행을 약속했다.

하지만 일정이 결정된 뒤 환호성은 수군거림으로 바뀌었다.
회사 단체행사인데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말을 끼고 일정을 잡은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다녀온 해외여행 직후 직원들은 더 놀랐다.
회사가 해외여행 기간 중 평일인 목, 금요일을 사전 동의도 없이
일괄 연차 휴가로 처리했다.


#8.
“사장님 허울뿐인 워라밸은 사양합니다”
(기사 포스트잇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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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2.(금)
원본I 김하경·김윤종 기자
사진 출처I 동아일보 DB·뉴시스·Pixabay
기획·제작I 유덕영 기자·김채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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