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마지막 사형집행 20년’ 1997년 서울구치소에서는…

하정민 기자

입력 2017-12-26 16:49:00 수정 2017-12-27 10: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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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사형집행 20년
1997년 서울구치소 사형장 입회 검사의 기억


#. 1997년 12월 30일 서울구치소 사형장에 입회했던
전직 검사 A씨(63)의 기억을 재구성했습니다.

“1997년 12월 30일은 유난히 추웠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당시 나는 서울지검 공판부의 10년 차 수석 검사.
사형 집행 입회는 관행상 말석 검사의 몫이었지만 우리 부서 막내는 겁이 많았다.
”도저히 못 하겠다“고 버티는 후배 대신 내가 대신 입회하기로 했다.”

#. 그날 전국에서 사형수 23명의 형이 집행됐다.
내가 담당한 서울구치소의 집행 대상자는 총 5명.
모두 강도, 살인 등을 저지른 중범죄자였다.

5명 중 2명은 죄를 자백했고 3명은 사형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 첫 번째 사형수가 교도관의 손에 이끌려 3.3m² 남짓한 사형장에 들어섰다.
가슴팍에는 사형수를 뜻하는 빨간 표찰이 달려 있었다.

“수형번호 ○○○○번은 19○○년 ○월 ○일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맞죠?”
“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니 “웃으면서 가겠습니다.”라고 했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오히려 옆에 서있던 교도관이 눈물을 쏟았다.

“나도 웃으면서 가는데 교도관님이 왜 눈물을 흘리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눈물을 훔친 교도관이 “편안히 가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 교도관이 사형수를 의자에 앉히고 사형수의 목 위로 밧줄을 걸었다.
얼굴에는 흰 복면을 씌웠다.
“누르세요” 내 지시에 맞춰 부교도소장이 스위치를 눌렀다.
사형장 바닥이 순식간에 꺼졌다.
사형수가 앉아 있던 자리에는 팽팽하게 당겨진 밧줄이 흔들렸다.
의사와 함께 아래층에 내려가 그의 숨이 끊어졌는지 확인하고 시신을 실어 내보냈다.
집행에 걸린 시간은 약 40분.
그렇게 5명의 사형수를 차례로 보냈다.

#. 사형수 중 개인적 부탁을 하거나 범죄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곁에 선 교도관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겼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범행을 끝까지 부인했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상상하기조차 싫다.
20년이 흐른 지금도 그날 사형장을 가득 채웠던
정적과 싸늘한 공기는 오늘 일인 듯 생생하다.

#. “그동안 그날 얘기는 거의 꺼낸 적이 없다.
사람 죽이는 게 뭐 좋은 일이라고.
20년 됐으니 말해도 되지 않을까.

법조인으로서 형사소송법이 바뀌지 않는 한 사형은 집행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법을 바꿔야겠지.”


2017.12.26 (월)
원본l 김윤수 기자
사진 출처l 동아일보DB·뉴시스·Pixabay
기획·제작l 하정민 기자·김채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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