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치매아내 돌봐줘 감사합니다” 경비실 더위 날린 ‘동행 에어컨’

김재형기자

입력 2017-06-27 17:00 수정 2017-06-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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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매아내 돌봐줘 감사합니다”
경비실 더위 날린 ‘동행’ 에어컨

#.2
김윤중 씨(79)의 아내는 치매를 앓다가 4월 27일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내를 떠나보낸 뒤 김 씨는 허전함이 밀려와 일주일 넘게 집 밖을 나서지 않았죠.

#.3
“형님, 뭐해요. 왜 안 나와요?”
그러자 경비원 동생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김 씨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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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은 “새로 생긴 ‘서울로7017’ 좋다는데 한번 가자” “청계천 보러가자”며 김 씨를 귀찮게 했죠.
그렇게 김 씨의 힘든 시기가 지나갔습니다.

이들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김 씨가 지금의 서울 성북구 석관 코오롱아파트로 이사 왔을 때입니다.
언제나 젊을 것 같던 김 씨의 아내는 그해 당뇨 판정을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뇌경색이 왔습니다.
김 씨는 2010년 아내의 병세가 악화되자 하던 일도 그만뒀습니다.
죽을 쒀서 아침을 먹이고 대소변을 못 가리는 아내의 기저귀를 갈았습니다.

아내는 새벽 1시 무렵만 되면 소리치며 울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항의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했지만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밖에 나가고 싶다”는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아파트 주차장과 놀이터를 한 바퀴 돌고 있자면 아주머니들이 다가와 요구르트나 수박을 주고 갔습니다.
경비원 동생들은 김 씨를 대신해 휠체어를 밀면서 단지 인근을 함께 산책했죠.

#.8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여름이 다가오자
김 씨의 머릿속엔 지난해 폭염과 열대야로 고생하던 경비원 동생들의 모습이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고민 끝에 김 씨는 관리사무소 초소 5군데에 에어컨을 기부했습니다.
동생들은 처음엔 기부자가 누군지 몰랐다고 합니다.

#.9
김 씨의 깜짝 선물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희영 주민회장(62)은
주민회의를 열어 단지 내 환경미화원 휴게소에도 에어컨을 설치했습니다.
관리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긴 했지만
주민들은 “우리 아파트를 위해 애쓰시는데 그 정도는 당연하다”며 찬성했습니다.

#.10
“김윤중 씨 덕분에 우리가 행복해졌다”는
주민들의 덕담에 김 씨는 조심스레 되물었습니다.
“아내가 기뻐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런 게 정말 신문에 나갈 만한 이야기인가요?”

원본: 노지현 기자
사진출처: 동아일보DB·뉴시스·뉴스1·서울로7017
기획·제작: 김재형 기자 · 김유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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