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野神에서 野人으로…한화이글스 떠나는 김성근 감독

하정민 기자, 김유정 인턴

입력 2017-05-24 16:29 수정 2017-05-2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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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野神에서 野人으로
한화이글스 떠나는 김성근 감독

#.
“감독은 절대적 신(神)이어야 한다”
“재미있는 야구가 도대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리더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
“프로 야구의 목적은 승리다. 승리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일이
왜 재미없다는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지도자는 아버지다.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켜야 한다”
“사람은 버리기는 쉬우나 갖고 있기는 어렵다. 지금 당장 실력이 모자라도 끝까지
그 선수가 가진 잠재력을 끌어내야 한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생각이 바뀐다”
“나는 언제나 넥스트(next)를 생각하지 않았다. 바로 지금 최선을 다할 뿐이다”

#.
“재일교포 2세로 태어났다.
일본에서는 ‘조센징’,
한국에서는 ‘반(半) 쪽발이’로 무시당했다.
양쪽 모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내가 믿을 건 오직 실력뿐이었다.
이를 악물고 야구에 인생을 걸었다.
한국시리즈에서 3번 우승하고 2번 준우승하며
‘야구의 신(野神)’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 ”하지만 한 발만 물러나면 절벽으로 추락한다는
비장함과 절박감은 언제나 다른 이들과의 불화를 낳았다.
그래서 우수한 성과를 거뒀는데도
총 14차례 해고(아마추어 감독 포함)를 당했다.“

23일 한화이글스를 떠난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논쟁적 지도자’ 김성근 감독 이야기입니다.

#. 1942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그는
1960년대 초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 야구에 투신했죠.

두산(옛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해태, LG, 한화 등
거의 모든 구단에서 감독을 지냈고 수많은 제자를 길렀습니다.
최약체 태평양과 쌍방울에서는 구단의 빈약한
투자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고요.

하지만 타협을 모르는 강인한 성격 때문에
늘 구단 및 다른 야구인과 불화했고
2007년 SK와이번스 감독으로 첫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철저한 비주류로 지냈죠.

#. 그는‘일구이무(一球二無)’정신으로
SK와이번스를 2000년 대 후반 한국 프로야구 최강 팀으로 만들었죠.

일구이무는 일시이무(一矢二無)란 고사성어를 변형시킨 단어.

”한나라 때 한 장군이 해질 무렵 호랑이를 발견했다.
목숨의 위협을 느낀 그는 활 시위를 당겨 호랑이를 명중시켰다.
그런데 살펴보니 화살이 꿰뚫은 것은 호랑이가 아닌 바위였다.
정신을 집중하면 화살로 호랑이는 물론 바위까지 뚫을 수 있다“는
교훈이 담긴 말이죠.


#. 김 감독은 일본에서 현역 선수로 뛰던 20대 시절
‘화살 시(矢)’를 야구공의 ‘공 구(球)’로 바꿔
좌우명 ‘일구이무(一球二無)’를 직접 만들었죠…
야구에 대한 그의 집념이 얼마나 강한 지를 잘 보여줍니다.


#. 비판론자들은 그가 ‘감독의, 감독에 의한, 감독을 위한 야구’를 하고
‘벌떼 야구’로 표현되는 선수 혹사만 일삼는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지지자들은 그를 ‘야신’ ‘인천 예수(SK와이번스와 인천 야구의 구세주)’라며
”감독으로서의 능력, 야구에 대한 깊이와 철학에서 최고“라고 찬사를 보내죠.

직설적 화법과 수많은 어록으로도 유명한
그가 입을 열 때마다 야구계 전체가 들썩인 적도 많았죠.
감독으로서의 존재감, 화제성, 스타성 등을 감안하면
그는 어떤 선수보다도 유명한 한국 야구계의 최고 스타였습니다.

#.
2011년 그가 재계약 문제로 SK 구단과 마찰을 빚어
중도사퇴하자 지지자들은 문학구장에서
‘김성근 감독님 사랑합니다’ ‘프런트 퇴진!’ 현수막을 걸었죠.
일부는 구단 깃발을 불태우고 오물까지 투척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을 정도로 그의 팬덤은 확고합니다.

21세기 들어 최약체를 면치 못했던 한화 구단이
2014년 말 그를 감독으로 택한 것도
본사 앞에서 김승연 한화 회장에게
그를 옹립해달라고 촉구한 팬들의 성화 때문이었죠.

#. 한화는 2015년 6위, 2016년 6위, 올해 9위에 그쳐
야신의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혹사 논란이 더 커졌고
지난해 말 부임한 박종훈 단장과
사사건건 충돌한 끝에 결국 옷을 벗었죠.

#. ”한 번 던진 공은 다시 불러들일 수 없다.
타자가 치는 공 하나에도
수비수가 잡는 공 하나에도 ‘다시’란 없다.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작은 세상’ 하나가 창조되기 때문이다“

온갖 영욕을 누린 김성근 감독.
그의 야구 인생은 이대로 끝이 날까요?
75세 노장은 야구계에 복귀할 수 있을까요?


2017. 5. 24.(수)
기획·제작: 하정민 기자·김유정 인턴
사진 출처: 동아일보DB·스포츠동아·뉴스1·뉴시스·한화데이즈·한화이글스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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