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그림자 아이들’
김재형기자
입력 2017-05-17 18:21 수정 2017-05-18 16:54
#1
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그림자 아이들’
#2
“이미그레이션(출입국관리사무소), 이미그레이션!”
충북 청주의 한 공장에 승합차 여러 대가 들이닥치자
공장 뒷문에서 일하던 페버 군(18)은 온몸이 얼어붙었습니다.
#3
그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을 뒤로하고 냅다 달리다 엄마에게 전화했습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날 잡으러 왔어. 지금 도망치고 있어!”
#4
페버 군의 전화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끊어지자 충격에 빠진 엄마 조널 씨(46)는
청주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달려갔습니다.
#5
“페버는 보호받아야 할 미성년자이고 천식이 심하니 잠시만이라도 풀어 달라”
조널 씨는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차가운 답변만 돌아왔죠.
“불법 체류자는 17세가 넘으면 법에 따라 구금 할 수 있고 풀어 주면 도주할 게 뻔하다.”
#6#7
페버 군은 한국에서 나이지리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합법 비자로 엄마와 한국에 온 아빠는 수차례 귀화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죠.
결국 비자 연장을 못 해 나이지리아로 강제 출국된 아빠가 불법 체류자로 지목되며
동반 비자를 갖고 있던 엄마와 배 속 아기까지 5명이나 되는 남매는 미등록자(불법 체류자)로 전락했습니다.
#8
페버 군이 학생일 때는 미등록 이주아동이어도 한시적 체류비자를 받아 한국에 머물 수 있었지만 올 초 공장에 취업하자 법은 그를 보호하지 않았죠.
“동생들을 먹여 살리려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해도 소용없었습니다.
#9
현재 페버 군의 가족은 당국의 강제퇴거명령에 이의 신청을 해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0
페버 군과 같은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림자 아이들’은 대부분 출생 기록이 없어 건강보험 혜택도 학교에 갈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죠.
#11
이주노동희망센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은 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정부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통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2
“국가안전, 사회질서, 공중보건 등 국익을 해치는 사람이 아닌데도
예외 없이 구금하고 강제퇴거 명령을 내리는 건 인도주의적으로 문제가 있다”
-법률사무소 메리츠의 김봉직 변호사
국제인권법에 따라 미등록자여도 아동만은 인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2017. 5. 17 (수)
원본| 조은아· 노지원· 김예윤 기자
기획·제작| 김재형 기자 · 신슬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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