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고시오패스’(고시+소시오패스의 합성어)가 말합니다
김재형기자 , 신슬기 인턴
입력 2017-04-14 18:19 수정 2017-04-14 19:21
#1
‘고시오패스’(고시+소시오패스의 합성어)가 말합니다.
#2
“그날따라 고시원 옆방의 말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아마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이었으리라.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옆방 그 남자를 쫓아가 거칠게 화를 냈다.”
#3
평소 유순한 성격인 김대호(가명·32) 씨는
별것 아닌 일에 폭발했던 그날을 떠올릴 때면
마치 타인의 기억처럼 낯설게 느껴집니다.
#4
김 씨는 2009년 지방 국립대 윤리교육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서울 노량진으로 올라와 임용시험을 준비했죠.
#5
그 사이 거듭된 불합격의 고통은 김 씨에게 우울증을 안겼습니다.
지난해 7년간의 취업 준비를 잠정 중단한 그는
현재 심리상담센터에서 우울증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6
호모 고시오패스.
취업을 준비하면서 극도로 예민해져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이죠.
#7
김 씨처럼 취업에 대한 압박과 탈락의 고통에 짓눌려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겪는 취업준비생 모두의 모습이 반영된 용어이 기도 합니다.
#8
고시오패스 김 씨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일곱 번의 불합격은 마음에 깊은 상처만 남겼다.
일반 회사 취업 또 한 쉽지 않았다.
자괴감, 외로움, 경제적 어려움에 짓눌리던 그는 심 한 우울증에 빠졌다.
지금은 상담치료를 받으며 몸과 마음을 추스 르고 있다.
#9
불합격 통보를 받을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부모였다.
아버지 는 “돈 걱정 말고 빨리 합격하는 게 효도”라고 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합격자는 떠났고 새로운 경쟁자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결국 나 혼 자’라는 외로움도 커져만 갔다.
독서실이나 고시원 사람들은 대화를 하는 대신 포스트잇을 붙였다.
#11
어느 날 밤 고시원 방에 누웠는데 열이 심하게 났다.
물티슈를 정신없이 뽑아 이마에 붙였는데 서러움이 왈칵 밀려왔다.
‘부귀영화를 바란 것도 아니고 사람답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호모 고시오패스’라는 용어를 보면 복잡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 한번 받아 보는 게 소원이라는 청년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공감할 수밖에 없어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노력을 안 해서 그렇다’는 차가운 말은 차마 못 할 것이다.
원본 | 동아일보 특별취재팀
기획 · 제작 | 김재형 기자 · 신슬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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