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을 보는 고양이의 이유 있는 여유

노트펫

입력 2019-08-01 09:07 수정 2019-08-0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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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얼마 전 동네 골목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쳤다. 그 고양이는 길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코리안 숏 헤어(Korean short hair)였다. 그것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고등어 태비(Mackerel Tabby)였다.

고양이 태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말이 주는 정다움 때문이다. 아무리 많이 들어도 지겹지 않고 왠지 푸근함까지 주는 말이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필자라는 낯선 사람과의 예상치 않은 조우(遭遇)에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보통의 고양이들은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서둘러 자리를 피하기 마련이지만 그 고양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느긋하게 자신의 일을 즐겼다.

사실 그 고양이는 골목에 주차된 차 앞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 고양이는 볼일을 완전히 마칠 때까지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볼일을 마친 후 데이트 시간에 늦은 연인처럼 바삐 자리를 떠나갔다. 고양이가 일을 마친 흰 차의 앞 범퍼(bumper)에는 고양이가 남긴 노란색 흔적이 있었다.

모든 동물들은 볼일을 볼 때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포식자(predator, 捕食者)나 라이벌의 공격으로부터 신체를 방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몸의 모든 신경이 배설행위에 집중되고 있으므로 이는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동물은 위험을 무릅쓰고 볼일을 본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고양잇과동물들은 그런 문제점을 해결했다.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만한 자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개과동물들은 다리를 들고 볼일을 본다.

하지만 고양잇과동물들은 정면(front)을 주시하며 꼬리를 위로 치켜세우고 뒤를 향해 볼일을 본다. 그 결과 시선이 향하는 방향과 소변이 뿌려지는 방향은 정반대가 되게 된다.

고양잇과동물들이 소변을 볼 때 꼬리를 직각에 가깝게 세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변이 꼬리에 묻는 찝찝함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고양잇과동물들의 깔끔함을 알 수 있다.

고양잇과동물들이 소변을 뿌리는 장소는 벽이나 기둥 같이 뒷면이 막혀 있는 곳이다. 이런 공간에서는 가상의 적으로부터 기습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고양잇과동물들이 이런 방법으로 볼일을 볼 수 있는 것은 배설기관의 해부학적 특징과도 관련이 있다.

그날 골목에서 만났던 고양이도 그랬다. 고양이는 필자라는 잠재적인 적의 움직임을 주시하였다. 그러면서 볼일을 천천히 마치는 여유를 보였다. 고양이가 소변을 뿌린 곳은 골목에 주차된 자동차였다.

다른 포식자나 경쟁자의 공격이 발생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러니 볼일을 보던 고양이가 낯선 사람을 피해 움직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영리한 고양이의 이런 여유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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