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은 왜 싸울까
노트펫
입력 2019-06-12 12:06 수정 2019-06-12 12:08
[노트펫] 한 번은 집에 들어가는데, 아파트 근처에 사는 길냥이 두 마리가 시비가 붙어 싸우는 걸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사람 만큼이나 느긋하게 걸어 다니던 녀석들인데, 한 번 싸움이 붙으니 굉장한 포효(?)를 하면서 번개처럼 뛰어다니더군요.
엄청난 속도의 냥냥펀치로 겨루던 두 냥이 중에 한 녀석이 기세에서 밀렸는지 가로수 위를 뛰어올랐다가 주차된 차량들 사이로 순식간에 사라지는데, 눈으로 상황을 쫒기 힘들 정도였던 기억이 납니다.
고양이들은 한 가정에서 정말 잘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다묘 가정의 집사님들은 고양이끼리 싸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신다고들 합니다. 웬만하면 말로 했으면 좋겠는데, 고양이는 왜 다른 고양이나 강아지들과 싸우는걸까요?
1)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고, 자신의 영역을 냄새로 표시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다른 고양이가 눈치없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생각하면, 서로 싸우게 되는 경우가 많죠.
2) 어떤 경우 원래 공격적인 성향을 타고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중성화되지 않은) 수컷 고양이는 다른 수컷 고양이에 대해 공격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단지 고양이들 사이의 놀이일 뿐인데, 그게 좀 격해서 싸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러다 진짜로 싸움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집사님이 중재할 필요가 있겠죠.
어떤 이유가 되었든, 한 집의 고양이끼리 싸우는 걸 그냥 두고 봐서는 안되겠죠. 큰 소리를 내거나, 장난감을 이용하거나, 스프레이를 뿌려서 주의를 돌려 일단 싸움을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둘 중 하나가 다칠 정도로 크게 싸우는 등 상황이 급박하거나, 점잖은 방법으로 싸움을 멈출 수 없다면 힘을 동원해서라도 둘을 떼어 놓아야겠죠.
단순히 일시적이고 가벼운 싸움이라면 잠시 후 진정이 되겠지만, 싸움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면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밥과 물을 주는 곳, 화장실, 선호하는 생활 영역 등이 각각의 고양이에게 구분되어 충분히 제공되고 있는지 같은 것들 말이죠. 집사가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다 써 봤는데도 소용이 없다면, 수의사를 비롯한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입니다.
북미와 유럽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동시에 키우는 가정 700여 곳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강아지에 비해 고양이가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고양이 56.8%, 강아지 18%)
연구 대상 가정 중 3%는 개와 고양이가 함께 지낼 수 없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도 하니, 어쩌면 고양이 싸움은 말릴 수는 있으되 종식시킬 수는 없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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