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발톱

노트펫

입력 2019-06-10 09:07 수정 2019-06-1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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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미국에서는 초중고 학생들의 등하교를 해당 지역의 교육청이 책임진다. 교육청에서 일괄 운영하는 노란색 스쿨버스(school bus)는 일반 노선버스 보다는 훨씬 많은 정류장을 가지고 있다. 등교 시에 학생들이 해야 하는 일은 정해진 시간까지 집 근처 정류장에 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스쿨버스가 학교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준다.

그런데 초등학생의 경우, 중고생과는 다른 점이 있다. 원칙적으로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은 버스 정류장에 나와서 자녀들의 등하교를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이 고학년이 되면 그렇게 하지 않는 부모들도 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서 같은 동네에 사는 초등학생 부모들은 몇 년 동안 정해진 시간에 매일 같이 만나게 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끼리도 서로 친해지게 된다.

미국의 방학은 한국과 다르다. 겨울방학은 1~2주일에 불과하지만, 5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여름방학은 3개월이나 된다. 그래서 여름방학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작년 1월, 한국이면 겨울방학이었던 시간이다. 하지만 미국은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날 필자는 초등학생 아들의 하교를 맡아야 했다. 그래서 일을 일찍 끝내고 귀가를 했다. 스쿨버스를 기다리다가 평소 친분이 있던 현지인 한 명을 정류장에서 만났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연석 위의 길고양이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마치 번개 같은 민첩성으로 연석과 보도블록 사이의 맨홀 구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순간이동을 하는 고양이 같았다.

부지불식간에 가벼운 탄성이 입에서 나왔다. 그 현지인은 시야에서 사라진 고양이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는 흰 고양이를 키우는 애묘인(愛猫人)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대략 다음과 같다.

“사라진 그 고양이는 맨홀 아래에서 산다. 조금 전의 놀라운 장면은 고양이가 맨홀 아래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 집으로 들어간 것이다.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고양이는 종종 우리 집에 오기도 한다. 밥을 먹기 위해 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고양이는 자기 힘으로 사냥을 거의 하지 못한다. 사실 발톱이 없는 고양이다."

"미국에서 주인이 없는 고양이 중에는 간혹 저 고양이처럼 발톱이 없는 것들이 있다. 그런 고양이들은 처음부터 길고양이가 아니다. 주인이 있었다가 버려진 고양이들이다. 고양이의 발톱이 없는 이유는 과거 주인이 발톱제거 수술을 시켰기 때문이다. 고양이 발톱 제거는 고양이의 할큄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뉴욕, 고양이 발톱제거술 금지한 미국 첫 주(州) 될까

[노트펫] 미국 뉴욕 주(州)가 주지사의 법안 서명만 남겨둬, 고양이 발톱 제거를 법으로 금지하는 첫 번째 주가 될 전망이라고 미국 CNN 방송이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잔인한 행위라고 생각된다. 발톱을 제거하게 되면 고양이는 매우 취약한 동물이 된다. 그래서 주인에게 더욱 의존적인 존재가 된다. 발톱이 없는 고양이는 야생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사냥은 물론 영역 다툼에서도 다른 고양이에게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버리는 일은 매우 나쁜 일이다. 그런데 저 고양이의 주인처럼 발톱 없는 고양이를 버리는 것은 더욱 나쁜 일이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공교롭게 스쿨버스가 도착했다. 미국 현지인과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 고양이를 버린 옛날 주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났다. “과연 무슨 생각으로 자기가 발톱을 뺀 고양이를 버렸을까?”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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