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고양이에 비유한 프랑스 장관

노트펫

입력 2019-04-18 11:08:50 수정 2019-04-18 11: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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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와 고양이

[노트펫] 단독주택에서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안다. 아침만 되면 고양이가 현관문 앞에서 문을 열어달라고 울면서 보챈다는 것을. 고양이의 울음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묘한 힘이 숨어있다. 식사를 마친 주인은 소파에 앉아서 느긋하게 모닝커피의 즐거움을 음미하다가도, 잠시 그 기쁨을 고양이를 위해 양보한다.

현관문을 기꺼이 열어준 주인의 행동은 고양이가 밖에서 놀다 와도 된다는 허용(許容)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주인은 이렇게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분명한 응답을 한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주인의 행동에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문 앞에 서서 야옹거리다가 다시 실내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 짧은 순간, 고양이는 마치 마음이 바뀐 것 같은 행동을 한다. ‘내가 언제 문을 열어달라고 했냐?’는 태도다.

어린 시절 키웠던 고양이 나비는 아침에 문을 열어주면 주저함 없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최소 한두 시간정도 놀다가 귀가했다. 하지만 철이 든 이후 키웠던 옹강이는 그렇지 않았다. 나갈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두 고양이는 확실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아침만 되면 현관문 앞에서 우는 점이었다.

현관문을 나간 고양이가 바깥세상에서 무엇을 할지 상상한 적이 있다. 동네구경을 하며 사람들에게 받았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고양이의 행동을 추측한 것에 불과하다. 비난받아도 마땅한 분석이다.

그것보다 고양이의 친구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외출 중인 고양이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인 외출한 집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만약 외출 시간이 비슷하다면 두 고양이는 자주 만날 수도 있다. 아니면 그 근처를 영역으로 삼는 길고양이를 만날 수도 있다.

고양이들의 이런 외부 활동은 전적으로 고양이의 사생활이다. 고양이의 주인이라고 해서 고양이의 사생활을 전부 알 수는 없다. 고양이는 사회적인 동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구가 없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나비나 옹강이가 다른 고양이들과 친근하게 노는 것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과 프랑스는 문을 열어줘도 나가지 않는 고양이의 행동을 비유한 공방이 벌어졌다. 먼저 공격에 나선 쪽은 프랑스였다. 그것도 장관이 직접 나섰다.

지난 3월 프랑스 유럽연합담당장관인 나탈리 루아조(Nathalie Loiseau)는 영국의 우유부단해 보이는 브렉시트(Brexit) 관련 태도에 대해 ‘자신의 고양이는 브렉시트인데, 매일 아침 나가겠다고 울어대면서도 막상 문을 열어주면 나가지도 않는다.’는 논지의 글을 SNS에 올리며 영국을 비판했다. 프랑스 국내에서 강경파에 속하는 그녀는 오는 5월 유럽의회선거를 위해 3월28일 장관직을 사퇴한 상태다.

이웃나라를 동물에 비유하여 조롱하는 것은 물론 예의에 어긋난 일이다. 더구나 그 동물의 특이한 행동을 예로 들면 더욱 그렇다. 이웃을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발끈한 영국 네티즌들도 원색적으로 프랑스를 비판하였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고운 법이다.

최근 영국 정치권은 브렉시트와 관련하여 다양한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민주주의국가에서 브렉시트 같이 중요한 일을 이론 없이, 신속하게 결정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여러 의견을 듣고, 충분한 토의를 거쳐 의사 결정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물론 효율성에서는 문제가 있겠지만, 이렇게 해야 부작용이 덜 발생하게 된다.

브렉시트와 관련하여 영국에서는 여당과 야당의 목소리가 다르다. 또한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여당 내에서도 그 정도를 놓고 온도차가 존재한다. 유럽의 이웃들은 영국의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조롱이나 비판 대신 시간을 더 주는 것이 후일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
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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