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아프리카 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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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0-11 11:09 수정 2018-10-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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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미국의 학제는 한국과 다소 차이가 있다. 주마다 약간 다르지만 보통 8월 중순에 새 학기가 시작되고, 5월 하순에 마친다. 방학도 차이가 있다.

한국은 겨울방학이 길고 여름방학이 짧지만 미국은 정반대다. 미국 겨울방학은 2주 정도에 불과하여 방학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하지만 여름방학은 3개월이나 되어서 긴 여행을 하거나 취미 활동을 제대로 즐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미국 중부는 북미 대륙을 승용차로 운전하여 여행하기에 좋다. 그런데 중부의 학생들은 여름방학이 되면 볼거리가 많은 서부로 가고 싶어 한다. 미주리에서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나 샌디에이고까지 가려면 승용차로 꼬박 24~26시간 정도 소요된다. 식사, 수면, 휴식 시간 등을 고려하면 3일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여름방학이 아니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샌디에이고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다. 물개들과 바다사자의 터전인 라 호야 비치(La Jolla Beach) 때문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동물의 왕국에서 본 광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 이유 하나 뿐이다.

라 호야 비치에 도착하니 해변의 물개 무리 못지않게 많은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인근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이 손에 있었고, 관람 후 인근 식당과 커피숍에서 배를 채우는 게 보였다. 잘 보존된 자연 환경과 멋진 야생동물들이 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이 감명 깊었다.

라호야 비치와 유사한 곳이 남반구에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Capetown)에 있는 볼더스 비치(Boulders Beach)다. 이곳의 주인공은 자카스 펭귄(Jackass Penguin)이다.


펭귄은 독특하고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에 인기가 많다. 하지만 펭귄을 사랑하는 애호가들 입장에서는 펭귄이라는 동물은 남극 같이 너무 추운 곳에서 살아서 관찰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펭귄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다.

하지만 자카스 펭귄들이 사는 곳은 그들의 친척과는 매우 다른 환경이다. 그들이 사는 곳의 해수 온도는 온화한 남아프리카답게 연중 10~20도를 유지한다. 따라서 충분히 사람들이 펭귄을 관찰하고 즐길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3천여 마리에 달하는 자카스 펭귄 무리를 보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내는 물론 외국의 많은 관광객들이 케이프타운으로 매년 몰린다. 케이프타운 시 당국 입장에서는 펭귄들의 서식지만 잘 보존하면 돈이 저절로 굴러 들어오니 보존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지금은 좋은 시절을 누리고 있지만 자카스 펭귄에게도 아픈 역사가 있다. 한때 사냥꾼들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수백만 마리에 달하던 자카스 펭귄은 멸종 직전까지 갔다가 이제 겨우 지금의 숫자로 회복된 것이다.

다시 부활한 케이프타운의 자카스 펭귄들은 동화 속의 ‘황금 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인 동물이다. 아니 ‘황금 알을 낳는 펭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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