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웜과의 끝나지 않은 사투
노트펫
입력 2018-09-19 18:11 수정 2018-09-19 18:13
[노트펫] 고양이 피부병 중 하나인 링웜, 고양이 집사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흔한 피부병이지만 그 치료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다.
같은 고양이에게도, 사람에게도 옮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링웜은 나을 때까지 나은 게 아니라고도 한다.
일단 링웜에 걸렸으면 좋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최소 한 달은 치료 기간을 예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예전에 한번 링웜에 걸린 어린 고양이들을 임보한 적이 있었는데, 다 나아 새 털이 자라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꽤 수월하게 치료했다는 기억이 있다.
그래서 사실 최근에 달이의 링웜을 발견하고 나서도 내심 어디에 옮지 않고 잘 나을 거라는 막연한 낙관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달이의 링웜은 끝내 다른 두 고양이에게는 옮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만큼 수월한 치료 기간은 아니었다.
약 2주 정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이고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주며 링웜 부위는 점차 주변의 피부와 비슷해져갔다.
아파 보일 정도로 빨간 피부가 사라지고 털이 빠르게 자라기 시작해서, 연고를 바르기 위해 또 그 부위의 털을 밀어야 할 정도였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좋아진 게 아닐까, 하고 방심했다. 바로 그 시점부터가 문제였다.
달이에게는 동그란 천 넥카라를 씌워두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넥카라 사이즈가 작았던 것인지 어느 날 달이가 넥카라를 쓰고도 자기 발뒤꿈치를 핥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헉 하는 마음에 다가가서 살펴보니…… 역시나 그 부위에 링웜이 보였다. 달이의 허벅지에 있던 링웜이 발뒤꿈치로 옮은 것이다.
당장 넥카라부터 사이즈 큰 것을 주문해 바꿔주었지만, 한숨이 절로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이번에는 링웜과 결판을 보는 그 순간까지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했다. 일단 첫 번째 단계로…… 하반신의 털을 밀었다.
사실 털을 미는 것은 좀 마음이 아파서 최후에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았다.
링웜은 그 부위에 닿은 털 때문에 자신의 몸으로 옮기도 하므로, 더 이상의 전염을 막기 위해서는 미용이 불가피할 듯했다.
이웃에게 고양이용 바리깡을 빌려 남편과 둘이서 생애 최초의 셀프 미용을 시작했다. 등 부위는 무난하게 할 수 있었지만 복잡하게 생긴 발 부분이 어려웠다.
정작 상처 부위는 발쪽인데, 발을 붙잡고 미용하는 걸 좋아하는 고양이가 어디 있으랴. 하지만 달이에게는 언제든지 먹히는 프리패스가 하나 있다.
부엌에서 간식을 하나 들고 오자 달이는 간식에 온 정신을 집중하느라 뒷발을 붙잡든, 털을 깎든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털의 양이 어마어마해서 이틀에 걸쳐 겨우 하반신 미용을 마치고, 주 3회 약욕을 시작했다.
지난번에는 병원에서 먼저 권하지 않았지만, 뒤꿈치는 연고도 골고루 바르기 어렵게 생긴 모양이라, 약욕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듯했다.
더불어 달이가 앉았던 자리를 따라다니며 청소를 하고 천연 소독제를 뿌렸다.
직접 그루밍으로 옮지 않아도 바닥에 떨어진 털, 이불, 캣타워 등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전염은 정말 사양이었다.
처음에 링웜이 발견된 허벅지 쪽은 이제 거의 나았지만 발뒤꿈치는 이제 시작이다. 링웜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걸 이렇게 실감하게 될 줄이야. 당분간은 본격적으로 링웜과의 사투를 위해 달려야 할 것 같다.
더 이상의 치료 연장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100% 완치' 판정을 확실하게 받는 날까지 말이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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