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늑대는 결코 멸종하지 않는다..코이울프 이야기

노트펫

입력 2018-09-17 09:09 수정 2018-09-1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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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미국은 호주, 캐나다와 더불어 세계적 축산대국이다. 특히 평야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인구가 많지 않은 캔자스, 미주리, 네브라스카 같은 중부의 주들은 소, 돼지, 닭을 키우고 이들 가축들에게 먹일 옥수수 같은 사료를 생산하는 것이 주요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결코 아니다. 개척시대 당시만 해도 중부, 서부는 야생동물들의 땅이었다. 버팔로, 무스, 엘크 같은 대형 발굽동물과 그들을 먹어 치우는 늑대, 그리즐리 같은 포식동물들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이런 대형 동물들은 이주민들의 대륙 개척이 본격화 되면서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자취를 감추고 만다. 북미 생태계의 최상위에 있었던 늑대는 결국 심각한 멸종위기에 빠진다.

하지만 북미 늑대는 결코 멸종하지 않을 것 같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지만 현실성이 있는 주장이다.

북미에는 늑대와 혈연적으로 매우 가까운 친척인 코요테가 살고 있다. 동물학자들은 불과 10여만 년 전에 북미 늑대와 코요테가 서로 다르게 분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요테(coyote)는 중형견인 코커 스파니엘과 비슷한 체구다. 또한 궁하면 식물도 먹을 수 있어서 덩치 크고 까다로운 늑대보다 훨씬 뛰어난 환경적응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코요테는 멸종 직전까지 간 늑대와는 달리 북미에서 번성하고 있다. 코요테는 수백여 년 전 늑대가 차지하던 생태계의 빈자리를 이미 채워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생에서 그들을 괴롭히던 무서운 친척의 비극이 이들에게는 행복 또는 축복과 다름없다.

코요테는 야생에서도 미국에서 번성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서도 비슷하다. 코요테는 한국 도시 주변에서 먹이를 구하고 사는 길고양이나 주인 없는 들개와 비슷하게 사람들과 큰 말썽 없이 생활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도시나 시골에서 코요테는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 전부터 일부 코요테에게서 유전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늑대의 혈통이 들어간 새로운 코요테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늑대는 멸종 직전까지 이르렀지만 친척 코요테를 통해 다른 형태로 다시 북미 대륙에 영향력을 넓히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코요테와 늑대의 교잡종을 코이 울프(coy wolf)라고 한다. 코이 울프의 혈통에서 코요테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분의 2 정도, 늑대는 대략 4분의 1 정도라고 한다. 특이한 점은 이 새 포식자의 혈통에는 늑대나 코요테 이외의 동물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대형견들의 혈통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놀랍다. 하지만 코요테, 늑대, 개는 혈연적으로 매우 가까워서 번식력을 가진 새끼를 출산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추정컨대 자연에서 번식할 수 있는 짝이 거의 없어진 일부 늑대들이 코요테와 개와의 사이에서 새끼를 낳고 이들이 다시 코요테 무리와 번식을 하여 코이 울프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개척시대 당시 사람들은 덩치 크고 사나운 늑대를 물리쳤다. 하지만 얼마 후 사람들은 숫자 많고 환경 적응능력이 뛰어나서 멸종할 것 같지 않은 새로운 작은 늑대를 만난다.

코이 울프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동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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