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한눈을 팔면 안 되는 이유

노트펫

입력 2018-06-04 09:08 수정 2018-06-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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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국방의 의무는 신성한 것으로 건강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반드시 군대에 가야 한다. 지금은 군복무 기간이 많이 줄었지만, 필자가 군대에 있을 때는 군복무 기간이 30개월이나 됐다.

군대에서는 주간에는 훈련이나 작업을 하고, 야간에는 경계근무를 선다. 야간 경계근무는 크게 불침번과 외곽 초소근무로 나눌 수 있다.

군대에 있을 때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많이 들었던 애기는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제대한지 수십 년이 흐른 최근 들어 그때 소대장과 선임하사에게 들은 그 이야기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인들의 보편적인 주택 구조는 단독주택이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그렇게 많지 않다. 단독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은 대개 펜스를 치고 사는데, 그 가격과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마당에 있는 펜스만 보아도 빈부격차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개를 키우는 경우에는, 가급적 튼튼한 펜스를 설치해 두는 게 좋다. 튼튼한 펜스는 자신의 개가 밖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다른 집의 개가 자신의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도둑이 자신의 개를 훔쳐가지도 못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임대주택에서 사는 필자의 경우, 형식적으로 나무 펜스는 있지만 거의 유명무실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군데 있는 개구멍을 통해 온갖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으며 이집 저집의 개들과 길고양이들이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유독 우리 집 블랙리스트에 오른 개가 한 마리 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그 개는 열 살에 가까운 나이를 가진 고령견이다. 그 개의 주인은 개의 생활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 개는 우리 집과 바로 옆집의 마당을 수시로 노린다. 식탐이 과하지 않은 그 개는 결코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는다. 대신 그 개는 안정적인 자신만의 배설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 개는 거의 매일 어슬렁거리면서 펜스에 있는 개구멍을 통해 뒷마당에 온다. 그리고 별다른 제지가 없는 경우, 편안하게 자세를 바로 잡고 배변 활동을 한다. 하지만 부엌이나 마당에 사람이 있을 때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 개가 집 뒷마당에 오면 가족들은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고 긴장을 한다. 그래서 이상한 낌새를 취하면 바로 중단시켜 버린다. 그럴 경우, 개는 기분 나쁘다는 표시를 강하게 하기도 한다. 짖기도 하고, 신음을 내기도 한다.


필자의 바로 옆집은 벌써 몇 번 낭패를 당했었다. 뒷마당으로 나오면서 그 개의 배설물을 몇 번 밟았기 때문이다. 신발을 세척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경계를 열심히 서도 그런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연이틀 그 개의 배설물을 치웠었다. 코를 막고 치우면서 그래도 신발로 밟지 않은 현실에 만족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개의 주인이 조만간 다른 주로 이사 간다는 것이다. 개를 집 밖에서 풀어 놓고 키운다는 것은 이웃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 같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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