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에서 태어났지만 사람을 믿었는데…

노트펫

입력 2018-05-17 11:09:34 수정 2018-05-17 11: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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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고양이 동비에게 봄이 오겠죠
?

[노트펫] 많은 길고양이들과의 만남이 그렇듯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정말로 우연이었다.

작년 7월, '넙이엄마'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캣맘은 인천의 회사 근처 실외기 가득한 골목길을 지나다가 기운이 하나도 없는 고양이 동석이를 만났다.

제 몸을 그루밍할 여력도 없는 듯 꼬질한 얼굴에 편의점에서 사다 준 캔을 허겁지겁 먹던 그 길고양이가 앞으로는 강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동석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꾸준히 밥을 챙겨줬던 그 고마운 손길 덕분에 동석이는 그 쓰레기 쌓인 골목에서도 새끼를 낳아 데려왔다. 그때 태어난 아이가 바로 '동비'.

하지만 작은 새끼 고양이 동비가 덜컥 대면했던 세상은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어미가 보낸
SOS

동비는 세상에 처음 나오자마자 엄마를 따라 캣맘이 주는 밥을 챙겨 먹었다.

그런데 밥자리에서 100% 만날 수 있었던 동비가 어느 순간부터 일주일 동안이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겨우 얼굴을 보인 동비는 극심한 경계심을 보이며 뒷다리를 절고 있었다.

"다시 나타났을 때 동비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였어요. 처음에는 혹 범백이나 허피스가 아닌지 걱정되어 구조를 시도했는데, 처음에는 어미가 동비를 물고 가버리더라고요. 그러다 얼마 뒤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어미가 동비를 실외기 사이 외진 곳에 두고 가버렸어요. 마치 도와달라는 것처럼……."

병원에 데려가서 바로 산소방에 입원부터 시켰다. 이미 호흡이 너무 불안정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날 구조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기 무서울 정도로 아슬아슬한 타이밍의 구조였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본 결과, 외부의 강한 힘에 의해 날아가면서 횡격막이 파열되고 모든 장기들이 위쪽으로 쏠렸다고 해요. 골반까지 뒤틀리는 끔찍한 사고였습니다. 밥자리 근처에 술집이 있었는데 아마 밤에 사람에 의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돼요. 성묘도 아닌 작은 새끼라서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해코지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다행히 구조 후 수술 결과가 좋았다. 2kg도 안 되는 작은 몸이었지만 5시간여 수술을 버티며 지금은 제대로 걷고 뛰어다닐 정도로 훌륭하게 회복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 행운의 아이

"제가 2015년 10월에 복막염으로 첫 반려묘를 떠나보냈어요. 그 이후부터 길고양이들에게 조금씩 눈길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회사 근처에도 제대로 밥을 못 먹는 듯한 마른 길냥이들이 있어 꾸준히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 것이고요. 그러다 보니 애정이 점점 더 많이 생겼는데, 그중에서도 작은 새끼고양이 동비에게 큰 사고가 생겨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어미가 저를 믿고 사고 당한 동비를 밥자리 근처에 두고 갔다고 생각되어 무조건 구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구조자는 지금 에이즈를 보균하고 있는 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어 치료를 끝낸 동비를 품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 동비는 인천의 한 임보처에서 생활하며 평생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비록 끔찍한 사고를 겪기는 했으나, 어미 고양이와 캣맘이 치료의 골든타임을 절묘하게 맞춘 덕분에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고 묘생 제2막을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정말 운이 좋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셈.

다쳤던 기억 때문인지 아직은 사람을 조금 무서워하지만, 생후 5개월의 아직도 어린 아깽이라 사랑을 배워갈 날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다.

쓰레기장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세상의 우여곡절을 겪은 동비, 이제는 평생 가족의 품에서 꽃길을 걸어야 할 때가 아닐까.

행운의 고양이 동비는 마음을 활짝 열고 함께할 수 있는 따뜻한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입양 문의 : 카톡 dkdiazz12a)

박은지 객원기자

sogon_about@naver.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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