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생각 많은 성격, 오구가 다독여줘요"

노트펫

입력 2018-04-19 11:08 수정 2018-04-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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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검은 콩이 세 개 모여 있는 것 같은 얼굴의 비숑 강아지 오구는 손호영 씨의 손짓에 따라 여러 개의 개인기를 척척 해냈다.

‘앉아’, ‘엎드려’는 기본이고 ‘빵’, ‘하이파이브’에 요즘 인기 있는 ‘코(손가락으로 OK 사인을 만들었을 때 그 동그라미 안으로 강아지가 코를 쏙 넣는 것)’까지 하는 걸 보자 주변에서 다들 감탄과 환호를 쏟아냈다. 운명처럼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 손호영 씨와 오구는 어떻게 인연을 맺고 살아가게 되었을까.

◇ 아빠로 살아가는 기분

이날 인터뷰에 함께한 강아지는 ‘오구’, 집에는 이제 한 살이 된 둘째 ‘에구’가 있다고 한다. 오구와 에구. 한 번 들으면 못 잊을 것 같은 특이한 이름이다.

“오구는 3년 전쯤에 데려왔어요. 사실 이름이 너무 고민돼서 처음에 거의 한 달 정도는 이름을 아예 못 지었어요. 그냥 귀여워서 ‘오구오구’ 하고 예뻐하다가 ‘이럴 거면 이름을 오구로 짓자’ 해서 겨우 결정했죠(웃음).”

워낙 동물을 좋아하는 터라 반려동물을 키우기로 결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고양이 알레르기가 심해서 자연스럽게 강아지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단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그에게 작은 강아지 ‘오구’는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정도로 커다란 존재였다.

“제가 혼자 있을 때 잠을 잘 못 자요. 왜, 불 켜놓고 자는 스타일 있잖아요. 외로움도 많이 타고 불면증도 심한데 오구가 온 뒤에는 확실히 많이 달라졌어요. 반려견이 옆에 있으면 겁도 덜 나고, 외로움도 덜 타고, 복잡한 생각을 할 시간 자체가 많이 없어졌죠. 오구가 처음 왔을 때 갑자기 아빠가 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배변 치우고, 훈련도 시키고, 집에서 엄청나게 바빠진 거예요. 그런데 오히려 그게 좋더라고요. 다른 생각 안 하고 오구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게.”

그 전에도 가족과 함께 키우던 강아지 콩이가 있었지만 오구는 혼자 살면서 키운 첫 강아지라서 더 책임감이 막중했다. 누군가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 아빠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더욱 강해지게 만들기도 하니까.

◇ 한 생명을 보호하고 책임진다는 것

오구의 수많은 개인기는 모두 직접 훈련시킨 것인지 묻자 그는 당연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둘의 찰떡 호흡은 호영 씨의 적극적인 공부와 교감의 결과인 셈이다.

“평소에 강아지에 대한 정보나 영상을 많이 찾아봐요. 훈련사 분들이 나오는 영상도 거의 챙겨 보고요. 집에 있는 먹거리도 강아지 위주예요. 과일을 사더라도 같이 먹을 수 있는 것 위주로 사고, 강아지가 먹으면 안 되는 포도 같은 건 아예 안 사요. 혹시 모르니까요.”

오구는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피부병에 탈장까지 있어서 수술이 필요했다. 이전에 키우던 콩이가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건강에 대해서는 더욱 예민하게 신경 쓰는 편이라고. 그의 세심한 케어 덕분인지 오구도 지금은 무척 건강해졌다. 예전에 육아 프로그램을 할 때 ‘엄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그는 오구에게도 한없이 자상한 모습이다.

“사실은 호들갑이 좀 있죠(웃음). 다 괜찮다고 하는데 저 혼자 걱정이 많아서 병원 들락거리고. 육아 프로그램 당시에도 다른 게 아니라 제가 오랫동안 아이를 안고 있어서 그렇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냥 보호할 대상이 있으면 신경이 쓰이고 불안하니까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는 오구에게 주는 것보다, 오히려 받는 게 훨씬 많다며 웃는다.

“강아지를 보면서 제일 좋은 건 눈이에요. 사람들이 살다 보면 뭐랄까, 지칠 때도 있고 또 세상에서 때가 묻는다고 느껴질 때도 있잖아요. 가끔은 스스로 돌아보면서 여러 모로 고민하게 되기도 하는데, 동물들을 보면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오구 눈을 보면 마냥 순수하고 깨끗한 느낌이라 저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에요.”

◇ 사랑은 아무리 줘도 부족하다

첫째 오구와 둘째 에구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한마디로 오구는 고양이 같은 강아지, 에구는 비글 같은 강아지란다. 겁이 많고 얌전한 오구에 비해 에구는 무조건 뛰어내리고 날아다녀서 심장을 철렁하게 만든다고.

“오구는 사료도 한 알씩 오독오독 먹고 고양이처럼 얌전해요. 사실 저랑 많이 닮았어요. 저도 운동하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평소엔 얌전한 편이거든요. 두 마리가 같은 강아지인데 성격이 그렇게 다른 걸 보면 사람이 다 다른 거랑 똑같은 것 같아요. 참 신기하죠.”

오구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그의 품에 안겨서 살풋 잠까지 들었다. 목이 마를까봐 물도 챙겨주고, 간식을 잘 먹을 수 있도록 손으로 잡아주며 깨알같이 반려견을 챙기는 모습이 백 점짜리 아빠일 것 같은데, 그는 아직도 스스로 부족하게만 느껴진단다.

“저에게 견주로서 점수를 준다면… 50점이요. 너무 낮다고요? 실은 제가 산책을 자주 못 시켜줘서 그게 항상 마음에 걸려 있어요. 계속 일하러 나가니까 그게 너무 미안하죠.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래서 집에서 다른 활동을 더 많이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도 있어요. 집을 자주 비울 땐 누나에게 맡겨놓기도 해요. 저는 좀 완벽주의적인 성향이라 관리에도 엄청 신경을 쓰는데, 누나는 예뻐하기만 하고 애를 자꾸 꼬질꼬질하게 만들어놔서 문제예요(웃음).”

오구는 매번 작품을 잘 소화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그를 안심시켜 주는 존재다. 그는 오구가 아프지만 말고 건강하게 오래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제가 집에 있을 때 오구가 옆에 와서 누우면 마음을 위로받는 기분이에요. 늘 생각이 많은 편인데 강아지가 아무 말 없이 다가와 몸을 기대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그게 저에게 정말 큰 기쁨이 되는 것 같아요.”

오구에게 받는 게 많아 미안함이 더 크다는 호영 씨지만 오구의 삶이 행복하지 않을 리 없었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냥 고맙고 힘이 되는 마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전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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