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 호더에게서 겨우 벗어났는데..시한부 선고 받은 밀크

노트펫

입력 2017-10-20 12:07 수정 2017-10-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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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예쁜 하얀 바탕에 검은 점박 무늬가 있는 고양이 밀크는 2012년 겨울, 애니멀 호더의 집에 30여 마리 고양이와 섞여 들어갔다.

당시 겨우 4개월령 아깽이였다. 밀크를 비롯한 고양이들을 하나씩 수집하기 시작한 그 애니멀 호더는 이후에도 100여 마리 이상의 고양이를 20평가량의 좁은 공간에서 키웠다.

중성화하지 않아 무분별한 임신이 이루어지고, 주변을 제대로 치우지 않아 배변 장소가 마땅치 않고, 심지어 어떤 고양이는 눈알이 녹아내리거나 구더기가 끓기도 했던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 복작복작한 틈에서 사람 손길도 받지 못하고 지내고 있던 밀크는 중간에 운 좋게 고양이 구조카페에 의해 입양을 갈 수 있었다.

입양을 위해 접종도 하고 중성화도 하여 마침내 가족을 만난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입양자는 애니멀 호더가 보낸 사람으로 가짜 입양을 한 것이었다.

밀크는 결국 구조된 보람도 없이 고양이 100여 마리가 제대로 된 관리도 없이 부대끼고 있는 애니멀 호더의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후 애니멀 호더의 고양이들은 주변인의 신고와 동물단체에 의해 구조되었고, 쉼터에서 치료와 입양의 기회를 기다리게 됐다.

건강한 고양이들도 병들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4년을 넘게 보낸 밀크도 구내염이 심각해져 봉사자에 의해 동물병원을 찾았다.

발치를 하고 구내염 치료를 하며 회복되는 듯했으나, 배에 복수가 차기 시작했다. 다시 검사를 받은 결과, 습식복막염이라는 진단.

복막염은 고양이에게 시한부 선고와 다름없는 질병이다. 겨우 치료받고 제대로 된 가족을 찾으려는데 그런 밀크에게 내려진 복막염 진단은 봉사자들을 비롯해 쉼터 카페를 통해 소식을 전해듣는 많은 애묘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람에 의해 병들고 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 손길을 너무나 좋아하는 밀크는 쉼터에서 마지막을 기다려야 할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마지막 행운이 찾아왔다.

밀크에게 남은 시간이나마 따뜻한 가족의 품에서 보내게 해주고 싶다는 봉사자가 밀크를 입양하겠다고 나선 것. 그 덕분에 밀크는 남은 삶을 누군가의 가족으로서 보낼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겪은 일들에 비하면 허락된 시간이 너무 짧지만, 그 좋아하는 사람의 손길과 애정을 온전히 받으며 보낼 수 있는 지금이 밀크의 삶 중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이제 밀크에게 필요한 것은 마지막까지 고통을 줄여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대증치료, 그리고 아직 쉼터에 남아 있는 수많은 아이들에 대한 도움의 손길이다.

추운 계절을 앞두고 쉼터나 보호소의 동물들에게는 더욱 힘든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더구나 밀크가 있던 ‘마산 꿈꾸는 쉼터’는 애니멀 호더에게 구조된 아이들이 입양을 기다리며 머물고 있는데, 그나마도 임대 기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 아이라도 더 치료를 받고, 건강해진 아이들은 하루라도 빨리 가족을 만나야 긴 겨울을 무사히 지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밀크에게 허락된 시간이 조금이나마 더 편안하기 위해, 그리고 아직도 쉼터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고양이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에 안기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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