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 깊은 구멍 속 아깽이, 어미에 돌려보낸 천사들

노트펫

입력 2017-10-20 11:07 수정 2017-10-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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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나와! 엄마 고양이가 기다리잖아"

[노트펫] "구했어요!" 18일 밤 11시 이 말과 함께 사흘 동안 수로에 빠져 애처롭던 새끼고양이의 울음이 멈췄다.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의 공원 수로. 지난 16일 이곳을 지나가던 민정 씨의 귀에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수로 옆으로 물이 빠지도록 돼 있는 배수구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아기고양이는 계속 울어댔고, 민정씨는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17일 민정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땅을 드러내지 않는한 구조가 어렵겠다고 했다.

구멍은 작고 깊었고, 그 녀석은 도무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119구조대는 아주 깊은 곳으로 들어가 버린 것으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119구조대가 그렇게 돌아가고 난 뒤 다시 아기고양이의 울음이 시작됐다.

네티즌들의 조언을 참고 삼아 앞발로 붙들고 올라올 수 있도록 천을 구멍 안에 밀어넣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기대했지만 울음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민정씨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 것은 수로 주변을 맴돌고 있던 어미고양이.

새끼고양이를 한 마리 더 데리고 있었던 어미고양이는 그 곁을 떠나지 못했다. 아마 다른 곳으로 이동하다가 새끼 한 마리가 구멍에 빠진 듯했다.

발길은 돌릴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천 대신에 샤워타월을 가져와서 넣어 보기로 했다.

천은 매끄러워서 미끄러지기 쉬운 반면 샤워타올은 우둘투둘해서 앞발로 잡기 쉬울 것이라는 충고를 따랐다. 양파망 역시 도움이 된다.

18일 퇴근 뒤 친구와 함께 현장을 다시 찾아 구조 작업을 재개했다. 천을 꺼낸 뒤 샤워타월을 돌돌 말아 그 구멍 안에 밀어 넣었다.

이미 어둠이 내려 더욱 깜깜했던 수로 구멍 속. 어느 때인가 울음소리가 잦아들더니 아기고양이의 머리가 밖으로 나왔다.

구조한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하는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다. 그 구멍은 말라 있어서 새끼고양이의 몸은 깨끗했다.

어미고양이는 여전히 그 주변에 있었고, 새끼를 떨어 뜨려 놓았더니 알아봤다.

민정씨는 "구조하고 보니 새끼가 한 마리 더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구조한 아이까지 셋이서 함께 가는 것을 확인하니 마음이 너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민정씨는 그러면서 "사연을 본 많은 이들이 응원하는 한편으로 구조방법을 알려즈줘서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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