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내가 접수한다" 양계장에 눌러앉은 아기냥
노트펫
입력 2017-10-16 15:10 수정 2017-10-16 15:10
[노트펫] 경기 양주에서 양계장을 운영 중인 최은경 씨의 부모님.
은경 씨는 최근 부모님으로부터 "농장에 군식구가 하나 늘었으니 와서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농장에 들어서자 달걀더미 위로 떡 하니 자리를 잡은 녀석이 보였다. 주먹보다 작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였다.
생후 한두 달밖에 안 돼 보이는 이 아기냥은 누가 입양한 것도 아니고, 맡긴 것도 아니다.
제 발로 걸어들어와 농장을 접수(?)한 녀석이다.
녀석이 처음 농장을 찾은 건 갓 태어나 제대로 걷지도 못할 무렵이었다.
은경 씨는 "양계장 인근에서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그중에서도 이 녀석이 가장 허약했던 모양이에요. 항상 무리에서 떨어져 있었고 어미가 챙기질 않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어미 고양이는 몸이 약하고 무리생활이 어려워 보이는 새끼를 내버려뒀던 것으로 보인다.
그때 은경 씨 아버지가 농장 앞에서 녀석을 우연히 보게 됐다.
은경 씨 아버지는 꼬물꼬물 작고 귀여워 몇 번 쓰다듬어줬는데, 녀석은 그 손길을 기억했는지 얼마 후 다시 농장을 찾아왔다고 한다.
그러곤 아버지의 뒤를 졸졸 따라 농장 안으로 들어오더니 아예 자리를 잡고 이 집을 제 집으로 '간택'해 버렸다. 가족들은 그렇게 농장에 눌러앉은 녀석을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이름은 자엽스럽게 '쌍알이'로 정해졌다. 양계장 이름을 딴 것이다.
쌍알이는 파리를 잡아 먹고, 낮잠도 자고, 은경 씨네 강아지를 질투하며 하루 하루 지내고 있다.
강아지 역시 주인을 잃어 은경 씨네가 거둔 녀석이란다. 닭, 개에 이어 고양이까지… 동물농장이 따로 없다.
"가족들이 쌍알이가 귀여워 난리예요. 아버지만은 큰 관심 없는 것처럼 대하는데 저희가 '쌍알이 어디 갔어요?'라고 물으면 '밖에 일광욕 하러 나갔다'라고 답해 주세요. 남몰래 쌍알이를 엄청 주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경 씨 어머니는 매일같이 쌍알이가 좋아할 만한 간식을 챙겨주느라 바쁘단다.
은경 씨는 "쌍알이가 아버지를 기억하고 다시 찾아온 게 다 인연이 아닌가 싶어요"라며 "이곳에서 건강하게 저희와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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