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의 신'에서 '훈련의 신'이 된 멍뭉이

노트펫

입력 2017-10-13 16:06 수정 2017-10-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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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흑흑."

주인이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눈을 닦는 모습에 물티슈를 물어 오는 영상 속 강아지.

이 영특한 녀석은 곧 2살이 되는 믹스견 '뭉이', 이규련 씨의 반려견이다.

규련 씨가 실제 운 것도 아닌데 '훌쩍이는 행동'만으로 뭉이는 어떻게 물티슈를 가지고 왔을까.

규련 씨는 "사실 간단한 훈련의 결과예요. 평소 뭉이가 입으로 물어서 가져다주는 걸 잘해서 우는 척할 때 물티슈를 집어 오면 간식으로 보상하고 칭찬해줬더니, 그 뒤로는 간식 없이도 훌쩍이면 잘 가져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뭉이는 손, 앉아, 충성, 차렷, 기다려 등의 간단한 훈련부터 영상처럼 특정한 상황에 대처하는 행동까지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다.

물건을 물어 제자리에 놓는 건 식은 죽 먹기. 케이지로 들어가 스스로 문까지 닫는가 하면, 스케이트를 밀면서 타는 등 고난도 훈련도 척척 해낸다.

하지만 뭉이가 처음부터 이렇게 '훈련의 신'으로 태어난 건 아니었다.

독립 후 1년의 고민 끝에 강아지를 입양한 규련 씨는 뭉이와의 동거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뭉이는 분리불안, 발정, 물고 뜯기까지...정말 사고를 많이 치는 '최악의 강아지'였어요. 살던 집을 나올 때 뭉이가 망가뜨린 집 수리비로 400여만원을 물어줬을 정도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들어간 집은 여느 때처럼 초토화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날 규련 씨는 가까이에서 자세히 뭉이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보통 때 같으면 불같이 화내고 소리를 질렀을 거예요. 근데 눈물과 침으로 범벅된 얼굴, 부르르 떨리는 몸, 배변 실수를 들킬까 눈치까지 보고 있는 녀석을 보니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너무나 미안했어요."

규련 씨는 그날 '최악'은 뭉이가 아닌 바쁘다는 이유로 뭉이를 깊게 알려고 하지 않았던 본인이었음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책,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반려견에 대해 공부를 시작한 규련 씨. 천천히 뭉이에게 적용해 보면서 조금씩 뭉이의 마음을 알아갔다.

그 과정 끝에 규련 씨는 뭉이와 교감할 수 있게 됐고, 뭉이는 규련 씨에게 자신의 의사를 제법 잘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교감이 된 이후로는 다양한 훈련을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뭉이가 단지 믹스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그렇게 뭉이는 '파괴의 신'에서 '훈련의 신'으로 거듭나게 됐다.

규련 씨는 뭉이를 키우면서 많은 걸 배웠고 또 많은 게 변했다고 말했다.

"뭉이와는 이제 웬만한 의사소통은 다 돼요. 뭉이를 보면서 제 주변분들이 믹스견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버리게 됐다는 것도 큰 변화고요."

물론 슬플 때 말없이 물티슈를 챙겨주는 든든한 친구가 생겼다는 것이 가장 좋은 변화일 테지만 말이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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