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숍24시] 아뿔싸, 순간의 방심이
노트펫
입력 2017-09-30 07:07 수정 2017-09-30 07:08
[노트펫] 8년 전 초겨울 어느날이었다.
보통 애견 미용을 하는 이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가위 연습을 위해 강아지를 키우는 경우가 흔하다. 이쪽 분야에 발을 들이는 이들은 도그쇼에 한 번 나가보겠다는 야심(?)을 갖기 마련인데 나도 비슷했다. 그런 생각에 푸들 수컷을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일에 치이다보니 도그쇼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나마 그 녀석이 예뻐서 종견용으로 쓰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다. 문제의 그날, 지인이 슈나우저 암컷의 미용을 맡기러 숍에 들렀다. 다른 손님이 맡긴 강아지 미용에 정신이 없던 차에 무심코 그 둘을 같은 울타리에 넣어 버렸다.
한 5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밖에서 '깽!'하는 소리에 뭔일이지 하면서 나가봤다. 아 그런데 이런, 민망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둘이 글쎄 눈이 맞은거다. 응큼한 것들!
사실 푸들 녀석이 아직 어려서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다. 으. 교배하는 법도 가르치냐고? 둘을 같은 방에 집어 넣는다고 짝짓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교배법을 아는 수컷은 암컷이 오자마자 바로 "넌 이제부터 내 여자다!"하고 점을 찍는다. 동네 용어로는 '선수'라고 한다.
어쨌거나 눈에 불이 확 켜졌다. 정신 없이 뛰쳐 나가 푸들을 안아 올렸다. 그런데 슈나우저까지 딸려 올라 오는 게 아닌가. 이것들이......
솔직히 아주 짧은 시간이었기에 설마했다. 미용이 마무리된 뒤 지인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은 해줬다. 지인도 그런가 보다 하고 갔는데 한달 뒤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왔다. 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거다. 한 달쯤 지나니 유두가 부풀어 오르고 배도 옆으로 불룩해지기 시작하더란다. 그날 푸들이 임신시킨 거 맞지 않느냐는 거지 뭐.
다행히 지인도 이 계통에 있다 보니 좋게 마무리 짓기로 했다. 임신 뒤 두 달이 지나 새끼들이 나왔다. 네 마리였다. 생긴 것은 영락없는 슈나우저였는데 털이 푸들이었다. 나와 지인이 두 마리씩 책임지고 서둘러 분양키로 합의를 봤다.
애들을 분양 보내기에 앞서 지인과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분양을 보낼 때까지 누가 양육비를 낼 것이냐였다. 내 책임이 더 큰 게 사실이었다. 방심하고 한 울타리에 넣었으니. 물론 지인 분이 슈나우저 암컷이 마법에 걸렸다고 말을 해줬으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리라.
양육비는 내몫이었다. 두달 치 사료는 물론 산후조리 잘 하라고 갖은 간식을 제공했다. 네 마리의 어미다보니 숍에서 간식들이 줄어드는게 눈에 보였다.(ㅠㅠ)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어찌 보면 좋지 않게 세상에 태어난 애들이다보니 그 두 달을 보면서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 났다. 성의 표시나마 분양해 간 분들에게 배냇털 깎기는 서비스로 해드렸다.
숍에 오는 손님들 대부분이 키우는 아이가 암컷일 경우, "마법에 걸렸다"라고 말씀을 해 주신다. 이렇게 말을 해줘야 이런 황당하고 당황스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부디, 숍이든 어디든 갈 때 강아지가 그렇다면 반드시 말씀을 해달라고요. [글쓴이/ 전광식 전 하안애견 대표]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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