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에 버려진 강아지 3마리..젖먹인 유기견 푸들
노트펫
입력 2017-08-12 15:07 수정 2017-08-12 15:09
[노트펫] 지난달 20일쯤 40대 여성이 우리 청주시반려동물보호센터를 찾아 왔다.
청주 시내를 휩쓴 물폭탄에 밀려드는 개와 고양이 때문에 정신이 없을 때였다.
게다가 보호센터 진입로도 폭우에 유실돼 찾아오기도 힘든 상태였다. 유기동물을 입양하려고 이런 때 궂이 센터를 찾아오셨나 하는 기쁨 생각을 한 것도 잠시.
그 여성분은 나에게 강아지 3마리를 건넸다.
이틀 전 괴산의 화양계곡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고 있을때 계곡 옆 길가에 버려진 검은 비닐봉지가 꿈틀대더란다.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나 살펴보니 검은색과 흰색 얼룩이 있는 강아지 3마리가 꼬물대고 있었다.
그 강아지들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아주 어린 것들이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비닐봉투를 찾으러 온 이는 없었고 차마 지나칠 수 없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 녀석들을 우리 보호센터에 데리고 온 것이었다.
센터는 수해 때문에 주인을 잃거나 어미를 잃은 아기 고양이들로 이미 꽉 들어찬 상황. 고양이견사에 홀로 지내던 암컷 푸들의 방에 넣었다.
인공포유를 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약간 젖이 불어 있던 이 푸들 녀석이 강아지들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이 녀석은 강아지들보다 대략 1주일 전에 들어왔다. 엄청 순해서 새집에 가더라도 적응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녀석이었다.
강아지들에게 젖을 물려주고 돌봐주는 모습을 보니 기특하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은 어느새 잊은 듯도 했다.
하지만 이런 뿌듯한 마음이 얼마나 오래 갈 지.
유기견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여름 휴가철. 우리 센터 역시 하루 10여마리씩 유기동물들이 늘어가고 있다.
폭우 때문에 이미 수용 한계에 도달했는데 지금은 휴가철 버려지는 아이들까지 들어오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강아지들을 품어준 푸들은 법이 정한 공식 공고기간은 이미 지나 있다. 안락사를 시킨다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간 지켜왔던 안락사 제로의 원칙 만은 지켜가고 싶을 뿐이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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