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통키’의 고통과 절절한 외로움…이게 최선입니까?

동아경제

입력 2017-07-27 16:52 수정 2017-07-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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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사람도 동물도 맥이 빠진다. 이러한 폭염 속에 용인 에버랜드의 ‘북극곰 통키’의 모습은 참으로 가슴 아프게 만든다.

사진=동물권단체 케어 제공(이하)


2년 전 비좁은 사육장과 열악한 환경 속에 살던 통키가 정신질환인 ‘정형행동’까지 보여 대대적인 공분을 샀고, 당시 동물보호단체들은 북극곰 사육과 전시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당시 에버랜드 측은 북극곰 방사장 내 에어컨 설치, 외부 그늘막 확보, 수질 개선을 위한 풀장 펌프 설치, 통키를 위한 행동풍부화 프로그램 확대 등 대대적인 사육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통키의 사육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지난 11일 동물권단체 케어 조사팀은 통키 사육장 안내판이 철거된 채 사방이 두꺼운 가림막으로 가려져 일체 관람이 중단된 것을 확인, 통키가 30도가 넘는 한 낮의 폭염 속에서 물 한 방울 없는 우리에 홀로 방치되어 있는 영상을 확보했다. 영상 속 통키는 폭염에 지친 듯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작은 대야 속 고인 물에 코를 처박고 더위를 식히려 발을 담그려 애쓰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케어 조사팀에 따르면 에버랜드 측은 여름철은 통키가 시원한 내실에만 있어 관람이 불가능하다고 전시 중단 이유를 설명했지만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통키는 내실에 한 발자국도 들어가려 하지 않고 물 한 방울 없는 바깥에서 물을 찾아 서성이기만 할 뿐이었다. 케어가 내실 환경을 확인시켜줄 것을 요구하자 에버랜드측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내놓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물 빠진 풀장의 수온계가 11도를 가리키고 있거나 담당직원이 정확한 실내온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당황하고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14일 케어의 2차 사육환경 조사에서도 통키 사육장의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에버랜드 측은 3일전 항의를 의식한 듯 통키 사육장의 물을 발목 깊이로 채워놓았지만 여전히 북극곰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이 날 한낮 기온이 34도를 육박하는 폭염이었지만 에버랜드 측은 “수조의 물이 다 차려면 8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할 뿐이었다.

북극곰 통키의 나이는 올해 22살, 북극곰의 평균 수명이 20~25세인 점을 감안하면 고령이다. 북극곰은 먹이와 서식지 모두 바다에 의존해 생활하는 탓에 인공시설에서 사육하기 부적절한 대표적 야생동물이다. 영하 40도까지 적응할 수 있는 북극곰이 영상 30도가 넘는 높은 온도와 습도를 견디기란 사실상 ‘형벌’에 가까운 고통일 수밖에 없다.



최근 독일 라이프치히 동물원 등 해외 유명 동물원은 북극곰 전시를 중단한지 오래다. 영국, 스위스를 비롯해 지난 2006년 싱가포르 동물원도 전시중인 북극곰 ‘이누카’의 노사 이후에는 더 이상 북극곰을 전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영국의 글래스고 대학의 수의사 사만다 린들리는 “북극곰에게 열대성 온도는 엄청난 스트레스이며 높은 온도에 적응하는 것이라기보다 그저 대처할 뿐”이라며 “동물원의 수조가 아무리 커도 북극곰에게 매우 열악한 시설일뿐 열대성 기후 속에서 북극곰의 동물복지는 재앙”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적으로 북극곰의 복지 개선 기준은 캐나다 미네타주의 북극곰 보호규정을 따르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북극곰의 총 면적은 최소 마리당 500㎡, 이중 북극곰사의 125㎡ 는 반드시 흙, 지푸라기, 나무껍질 등으로 덮여 있어야 한다.

케어 유민희 정책팀장은 “극지방이 주서식지인 북극곰에게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물조차 제공하지 않는 에버랜드 측의 처사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한 동물학대”라고 비난하며 “통키의 사육환경을 즉각 개선하지 않으면 중국 북극곰 피자(Pizza)처럼 한국판 ‘세상에서 가장 슬픈 북극곰’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이에 케어는 28일 낮 12시, 한강 여의나루 시민공원 선착장에서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의 열악한 사육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실시한다. 한강 마포대교 위에 ‘북극곰 통키를 살려내라!’는 구호를 내걸고, 인근 선착장에서 북극곰 통키의 탈을 쓴 활동가가 열악한 사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한강으로 뛰어드는 퍼포먼스와 모터보트 현수막쇼 등을 펼칠 예정이다.

한편, 국내 사육되는 북극곰은 삼성 에버랜드의 ‘통키’와 대전 오월드의 ‘남극이’ 2마리가 있다.


【애니멀라이프(올치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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