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동물학대하면 이렇게 되는 수가 있다 잉!
노트펫
입력 2017-06-15 17:07 수정 2017-06-15 17:08
18세기 풍자화에 나타난 동물학대범의 인생 종착지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과응보라는 단어도 있죠.
작은 잘못이 큰 잘못이 되고 또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응징이 따릅니다. 18세기에 활동한 영국화가 윌리엄 호가스(1697-1764)는 동물을 학대하던 인물이 범죄자가 되어 결국 교수형을 당하는 '잔인함의 4단계'를 그립니다.
위 그림은 잔인함의 1단계입니다. 소년들이 고양이를 거꾸로 들고 장난을 칩니다.
줄에 맨 뼈다귀를 흔들면서 강아지를 놀립니다. 이 그림의 악역인 톰 네로가 개의 항문에 화살을 쑤셔 넣고 있습니다. 소년들이 별다른 이유 없이 동물들을 학대합니다.
윌리엄 호가스는 영국이 자랑하는 화가입니다. 뚜렷이 내세울 화가가 드문 영국에서 풍자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사람입니다.
그가 활동한 때는 활발한 무역거래를 통해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가 귀족들을 누르고 새로운 주도권을 잡아 나가는 시기입니다.
양을 키우기 위해 울타리를 치는 엔클로저 운동을 통해 농민들이 부농과 빈농으로 분화되고 가난한 농민이 도시로 나가 빈민이나 노동자가 됩니다.
새로운 도시가 형성되고 도시를 기반으로 한 사람들의 삶이 다양하게 펼쳐집니다. 새롭게 지어진 석조건물, 마차가 다니는 도로, 가로등, 사람들의 의복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습니다.
사람들과 동물들의 표정도 아주 생생하고 실감납니다. 그림이 당시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줄거리를 보죠. 개를 괴롭히던 톰 네로가 성장해 마부가 된 뒤, 더 큰 동물인 말을 학대합니다. 말이 쓰러진 이유는 너무 많은 사람을 태우고 짐을 실었기 때문입니다.
말을 때리는 그의 얼굴에 잔혹한 미소가 스칩니다. 또 부자의 하녀인 어린 처녀를 유혹해 임신시키고 도둑질까지 시킨 뒤 살해합니다.
결국에는 교수형에 처해지고 해부용으로 넘겨집니다. 시체는 왕립학교 의사들에 의해 해부됩니다. 개 한 마리가 해부된 톰 네로의 장기에 코를 대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과연 반성했을까요?
이 시기에 동물들을 학대하는 행위를 사람을 죽이는 행위와 연결시켜 죄악시한 호가스는 정말 선지자입니다.
현재까지도 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호가스가 죽은 지 58년이 지난 1822년 영국 의회에서 최초의 동물복지법이 통과됩니다.
물론 그림은 동물복지보다는 도시빈민과 노동자들을 교육하려는 목적이 우선입니다. 도시 노동자와 빈민들의 범죄는 골칫거리였죠.
이들을 어떻게 교육해 순화시키고 범죄 없는 도시를 만드는가가 주요 목적이었습니다. 살인자의 인성이 나빠진 이유를, 당시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어렸을 때의 동물학대에서 찾은 겁니다.
애초에 ‘동물을 사랑하라’가 앞선 생각은 아닙니다.
그러나 동물학대와 생명경시풍조가 뿌리가 같은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동물이 학대받아서는 안 되는, 존중받아야 하는 ‘생명체’로 인식한 호가스는 선구자입니다.
1780년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덤은 “동물이 사람과 똑같이 고통을 느낄 수 있으므로 사람처럼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연히 호가스의 영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호가스의 그림은 21세기 우리나라에서도 의미하는 바가 크네요.
영국 의회는 '딕 마틴' 법이란 동물 학대를 금지하는 법안을 1822년에 의결하였고 미국은 1871년 동물복지법을 제정했습니다.
20세기 들어 다른 나라들도 조금씩 동물복지개념과 입법 활동에 들어갑니다. 동물복지강화와 인간복지강화가 함께 발전해 나갑니다.
우리나라도 2014년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서 동물을 보는 관점을 ‘물건에서 생명으로 전환 하겠다’며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정책패러다임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공장식 사육, 여전히 줄지 않는 유기견, 끊이지 않는 길고양이 박해, 구제역이나 조류독감발생시의 대규모 살처분 등을 보면 선언적 수준이란 생각이 듭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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