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점은 제게 맡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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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13 16:06 수정 2017-06-1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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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명물 슬지네찐빵카페에 찾아온 빈이

"곧 문을 여는 2호 매장에서 리트리버와 함께 생활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죠. 그런데 빈이 이 녀석이 그 자리를 떡하니 차고 들어왔네요.^^"

전라북도 부안의 명물로 자리잡은 슬지네찐방. 17년 전 다섯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한 동네찐빵집에서 로컬푸드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곳이다.

특히 3남매가 바통을 이어 받은 뒤 신규 점포 개설을 통해 전국 프랜차이즈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 10일 카페를 대표하는 오색찐빵을 맛보기 위해 부안읍 번영로에 자리한 슬지네찐빵을 찾아갔다.

생각지도 못했던 직원(?)을 만났다. 반짝반짝 빛나는 털에 잘생긴 개였다.

이 녀석의 손님맞이는 한두번이 아닌듯 스스럼없이 다가와 앉더니 쓰다듬어 달라고 했다. 곁에 있는 내내 입질이나 짖음은 없었다. '참 순한 녀석이구나'.

마침 자리에 있던 김슬지(33)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슬지네찐빵의 슬지가 김슬지 대표의 이름이다.

이름은 빈이. 사모예드의 피를 이어받은 이 녀석은 원래 부안 읍내를 떠돌던 개였다.

이 녀석은 지난 2월 가족이 됐다.

가족 모두 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찐빵 매장을 연 뒤 키워본 적은 없었다. 시골이기도 했고, 음식을 만들어 파는 곳에서 개를 키운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처음 삼남매의 막내 종우씨를 따라왔을땐 그냥 쫓아 보냈다. 다리를 절뚝이고 피도 흘리면서 다시 찾아왔을 땐 외면할 수 없었다.

부모님 몰래 외가에 데려다 놓고 다음날 동물병원을 찾아갔다. 길거리를 떠돌며 먹지 못해 빈혈이 있었고 몸 자체도 깡말라 있었다.

동물병원에 그대로 두고 가면 죽을 것같아 하라는대로 처치하고 집으로 데려왔다.

병원에서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지만 다행히 거기까지 가진 않았다.

여러 검사와 처치에 털을 박박 밀어버렸고, 아픈 탓에 한동안 방에서 함께 생활했다. 한동안 토하고 침을 계속 흘려서 눈물도 흘렸다.

이 녀석은 이렇게 슬지네의 가족이 됐다. 매장에 나온 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삼남매에 집착이 생겨서인지 짖음이 있었다.

다행히 이때는 찐빵과 만두를 만드는 곳과, 고객공간이 철저하게 분리돼 있는 상태였다. 찐빵을 찌는 왼칸과 서빙공간인 오른칸이 나뉘어져 있는 것을 밖에서 볼 수 있다.

손님들도 대부분 이해해 줬다. 이제는 빈이를 알아봐주는 손님들도 생겼다. 창업자인 부모님들도 처음에는 꺼렸으나 삼남매를 보면서 허락했다.

빈이는 조만간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

슬지네찐빵은 다음달 부안의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인 곰소염전 근처에 2호 매장을 연다. 지금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찐빵 만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각종 체험프로그램도 도입,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첫 분점이고 전국 프랜차이즈라는 꿈의 시발점이기에 더없이 중요한 곳이다.

김슬지 대표는 "원래 리트리버를 데려와서 곰소매장에서 함께 생활할 계획을 세웠었어요. 슬지네를 찾아주는 손님들께서도 빈이를 허락해주고 사랑해 주신다면 늘 가게에서 인사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리트리버를 데려오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빈이는 콩을 뜻하는 'bean'이다.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리트리버에는 이미 레드(red)라는 이름을 지어준 상태다. 레드빈? 앙금의 주재료인 팥이다.

슬지네찐빵은 오색찐빵으로 이름을 알린 곳이다. 기본 찐빵과 함께 오디를 넣은 붉은 찐빵, 뽕잎을 넣은 초록 찐빵, 단호박을 넣은 노란 찐빵 등으로 입과 눈을 즐겁게 한다.

김갑철 회장이 2000년 차녀인 슬지 대표의 이름을 걸고 '슬지네 안흥찐빵'으로 시작했다. 2013년 찐빵카페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2014년에는 3남매와 함께 법인으로 전환했다.

오디 등 부안 특산물을 포함해 국산 식재료를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글루텐이 들어 있지 않아 부풀지 않는 우리밀을 이용하기 위해 손수 개발한 발효종과 발효액 등을 쓴다.

72시간 발아로 싹을 틔운 팥을 삶아 만든 팥앙금은 다른 업체에도 납품이 이뤄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진행과 함께 중단했던 수출도 다시 추진, 부안 지역의 대표 강소 업체로 나아간다는 포부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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